공사비 인상 놓고 사업 차질…정부 "민간 공사도 계약대금 증액 가능"
오피스텔 등 비규제상품부터 올라…6월부터 아파트 분양가도 인상 압력
자잿값 폭등에 분양가 뛴다…공사 발주자·시공자 갈등도 확산
원자잿값 급등으로 공사비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최근 규제에서 한발 비켜난 상품의 분양가부터 오르고 있다.

정부는 현재 오는 6월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에 적용하는 기본형 건축비의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여부를 놓고 발주자와 시공자의 갈등이 커지자 정부는 민간 공사도 계약 대금 증액이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도 내놨다.
자잿값 폭등에 분양가 뛴다…공사 발주자·시공자 갈등도 확산
◇ 공사비 평균가 올해 들어 10∼15%↑…대응 나선 건설사들
1일 건설 시공·시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3.3㎡(평)당 공사비 평균가는 작년 말 대비 4개월 새 10∼15%, 지난해 10월 대비로는 25∼35% 올랐다.

지난 3월 말 발표된 한국은행 보고서를 보면 작년 4분기(10∼12월) 건설자재 가격은 1년 전보다 28.5% 오르며 본격적인 인상 조짐을 보였다.

전체 건설자재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가격이 급등한 품목 수의 비중은 2020년 말 8.9%에서 올해 초 63.4%로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지난해부터 계속된 글로벌 원자재 수급난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가격 상승이 본격화한 영향이다.

철근 골조 가격은 작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철근값은 지난해 t(톤)당 50만∼60만원 선에서 최근 1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부터는 레미콘 단가도 ㎥(입방미터)당 7만1천원에서 8만300원으로 약 13% 인상됐다.

이보다 앞서 레미콘의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도 15% 이상 올랐다.

시멘트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은 러시아산 공급이 우크라 사태와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로 어려워지면서 시멘트 재고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잿값 폭등에 분양가 뛴다…공사 발주자·시공자 갈등도 확산
이런 영향으로 오피스텔 건설 공사의 경우 지하 4층∼지상 20층 기준으로 3.3㎡당 평균 공사비가 지난해 480만∼500만원에서 최근 600만∼650만원으로 치솟았다.

몇 년 전만 해도 3.3㎡당 100만원으로 통했던 인테리어 비용 또한 최근 130만∼140만원으로 올랐다.

이 때문에 공사 현장 곳곳에서는 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만 하더라도 자잿값 상승으로 전국적으로 50곳이 넘는 현장이 공사를 중단한 것으로 안다"며 "소규모 주택 건설 현장에서도 시공자의 공사비 인상 요구에 발주자가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 공사의 경우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해 착공 이후 물가상승분에 대한 공사비 인상을 발주처에 요청할 수 있다.

반면 민간 공사는 사실상 계약 금액 조정이 어렵다.

민간 공사 계약의 경우 대부분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있어 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변동분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잿값 폭등에 분양가 뛴다…공사 발주자·시공자 갈등도 확산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초 민간 공사의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 불공정 계약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민간공사라고 하더라도 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현격히 늘어나면 시공사가 발주사에 계약 대금의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근거로 GS건설과 현대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현장별로 발주사에 공사비 증액 요구에 나섰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은 당장 분양가를 올릴 수 없으니 시행사와 시공사가 알아서 고통을 분담하라는 얘기"라며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발주자와 시공자 간의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잿값 폭등에 분양가 뛴다…공사 발주자·시공자 갈등도 확산
◇ 분양가 비규제 상품 분양 가격부터 '쑥'
자잿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이 현실화한 만큼 분양가 상승 또한 코앞에 닥친 형국이다.

최근 청약을 마친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 '신설동역자이르네' 오피스텔은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우이신설선이 지나는 신설동역에 인접해 있고 100실 미만(95실)의 공급으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42대 1이라는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이 단지에서 가장 작은 전용면적 35㎡의 분양가는 5억4천920만∼6억2천150만원에 달한다.

불과 2개월 전 인근에서 분양을 마친 '힐스테이트청량리메트로블' 오피스텔의 최소 면적인 전용 32㎡ 분양가(4억9천950만∼5억4천60만원)보다 비싸게 책정된 것이다.

힐스테이트청량리메트로블 또한 100실 미만(96실) 공급으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며 도보 약 5∼7분 거리에 2호선 용두역, 1호선·동북선 제기동역, 1호선·분당선·경의중앙선·경춘선·KTX 청량리역이 있는 우수한 역세권 입지다.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은 127대 1에 달했다.

힐스테이트청량리메트로블과 신설동역자이르네는 약 1.5㎞ 떨어진 거리다.

청량리 일대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브랜드나 교통 입지 측면에서 신설동역자이르네는 힐스테이트메트로블보다 분양가가 싸게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며 "자잿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 압력이 커지자 분양가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자잿값 폭등에 분양가 뛴다…공사 발주자·시공자 갈등도 확산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잿값 급등에 토지비와 인건비까지 동시에 오르면서 이처럼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생활형숙박시설 등의 분양 가격부터 먼저 오르고 있다.

오는 6월부터는 자잿값 폭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에 따라 아파트 분양가의 추가 상승도 예상된다.

국토부는 지난 3월 1일자로 공동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를 작년 9월 대비 2.64% 올렸는데 이후로도 자잿값 상승이 이어지자 6월 1일 가격 변동 상황을 살펴보고 건축비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3월 1일과 9월 15일을 기준으로 두 차례 정기 고시된다.

그러나 기본형 건축비 고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주요 자재의 가격이 15% 이상 변동되는 경우 이를 반영해 수시 고시 형태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고강도 철근 가격이 33% 급등하자 같은 해 7월에 기본형 건축비를 추가로 인상하기도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분양가를 구성하는 토지비와 건축비가 모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분양가를 그대로 눌러 놓으면 주택공급 확대라는 정부 정책의 방향에도 저해가 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자잿값 폭등에 분양가 뛴다…공사 발주자·시공자 갈등도 확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