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를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양천구 목동9·11단지와 노원구 태릉우성, 은평구 미성 등 과거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은 단지들이 대거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동9단지 전경.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를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양천구 목동9·11단지와 노원구 태릉우성, 은평구 미성 등 과거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은 단지들이 대거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동9단지 전경.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대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면 2018년 이후 안전진단을 시행한 전국 31개 단지 중 27곳이 ‘재건축 가능’ 판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기준 아래에서는 17곳만 재건축이 허용된다. 안전진단 통과율은 54.8%에서 87.1%로 높아진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9·11단지, 노원구 태릉우성, 은평구 미성 등 과거 안전진단 벽에 막혀 재건축이 좌절된 상당수 단지가 사업 재추진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윤 당선인은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현 정부가 2018년 상향한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50%에서 30%로 낮추는 대신 ‘주거 환경’(15%→30%), ‘건축 마감·설계 노후도’(25%→30%) 등의 배점을 높여 안전진단 통과를 쉽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전진단 평가 기준 변경은 법 개정 없이 국토교통부 시행령·행정규칙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후 30년)을 채웠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서울 아파트 30여 만 가구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단독] 尹 공약대로 재건축 풀면…목동9·11단지, 태릉우성 안전진단 '통과'

○목동신시가지 2만 가구 재건축 청신호

[단독] 尹 공약대로 재건축 풀면…목동9·11단지, 태릉우성 안전진단 '통과'
1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본지가 시뮬레이션한 결과, 윤 당선인 공약대로 안전진단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변경할 경우 2018년 이후 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시행한 전국 31개 단지 중 27곳(87.1%)이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안전진단은 △구조 안전성 △주거 환경 △건축 마감·설계 노후도 △비용 등 네 가지 항목에 가중치를 둬 평가하는 방식이다. 총점 100점 만점에 55점 이하(D등급 이하)를 받아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붕괴 위험을 따지는 구조 안전성 항목은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평가 항목 가중치를 바꾸면 목동신시가지9단지의 종합 점수는 기존 58.55점에서 52.90점으로 낮아진다. 목동신시가지11단지(58.78점→53.89점)와 태릉우성(60.07점→54.25점), 미성(60.23점→53.68점)도 합격권에 든다. 국토부도 자체 추계로 이와 동일한 결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천구와 노원구는 재건축 연한을 넘겼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가 서울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목동신시가지9·11단지가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뒤 총 2만6629가구 규모인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곳은 6단지가 유일하다. 목동신시가지11단지와 태릉우성 등은 규정이 완화되는 대로 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고덕주공9 등은 완화해도 ‘탈락’


구조 안전성 배점이 낮아지더라도 광진구 ‘광장극동1·2차’(70.43점→60.90점, 1344가구),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62.70점→58.51점, 1320가구), 구로구 ‘동부그린’(62.46점→56.95점, 174가구) 등 3개 단지는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단지의 구조 안전성 점수는 70점대 중반~80점대로 60점대인 목동신시가지9·11단지와 태릉우성보다 월등히 높다.

재건축 사업 주체인 조합 설립 전에 거쳐야 하는 안전진단은 주민들이 직접 돈을 걷어서 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에 한 번 떨어지면 재도전이 어렵다. 목동신시가지9단지는 2020년 안전진단을 받기 위해 주민들에게서 약 3억원을 모금했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100% 통과’가 보장되지 않으면 주민들을 다시 설득해 안전진단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구조 안전성 비중을 20~25%로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20%까지 낮추면 목동신시가지9·11단지 총점은 40점대 후반~50점대 초반으로 떨어지고, 구로구 동부그린(62.46점→54.57점)이 추가로 합격선 안에 들게 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시행령 개정만으로 완화가 가능한 만큼 당초 약속대로 안전진단 기준부터 낮춰 수도권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