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아킬레스건’은 S(사회), 그중에서도 임직원의 다양성이다. 주요 대기업 중 정부가 정한 장애인 의무 고용률 기준 3.1%를 충족하는 곳은 열 곳 중 세 곳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도 작업복 세탁과 같은 지원 업무가 대부분이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대기업 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장애인 고용률은 2.37%로 2020년(2.38%)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다. 몇 년째 오름세를 이어오던 장애인 고용률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지난해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집단 계열회사 852곳 중 장애인 의무 고용을 이행한 곳은 28%(242곳)였다.

‘임직원 다양성’은 ESG 핵심 평가지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은 다양성을 기업 경쟁력의 척도로 간주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형 ESG 지표체계(K-ESG)에도 ‘다양성 확보’ 항목이 들어가 있다.

그나마 빠르게 개선되는 항목은 ‘양성 평등’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사외이사를 여성으로 선임하는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영향이다.

반면 장애인 고용률은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3.1%의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않으면 고용 의무부담금을 내야 함에도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대기업 사업체가 전체의 72%에 달한다.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집단 중 기준선을 넘긴 곳은 SK와 포스코, 롯데그룹 정도다. SK그룹의 장애인 고용률은 2020년 3.48%에서 2021년 3.71%로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 산하에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하고 비장애인 직원과 장애인 직원들이 함께 근무 중이다.

포스코그룹도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3.4%) 포스코케미칼(3.3%) 등 주요 계열사가 의무 고용률을 지키고 있다. 포스코는 2007년 국내 최초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포스코휴먼스)을 설립하고 작업복 세탁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의무 고용을 지키지 못한 기업들은 부족한 부분을 인정한다면서도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일률적인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서로 다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