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정거래위원회 수사 대응, 영업비밀 유출, 인수합병(M&A), 준법 경영, 해외 규제 대응 등 기업 소송은 날로 규모가 크고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디지털 포렌식팀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이 수사 및 소송 대응을 위해 포렌식 센터를 찾는 수요가 늘자 대형 로펌들도 앞다퉈 디지털 포렌식 담당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기밀 빼돌린 직원 딱 걸렸네…대형 로펌 '포렌식 붐'

○수사 방어·준법 경영도 가능

10년 전인 2010년대 초 포렌식팀의 주 업무는 수사기관의 기업 수사 방어였다. 검찰 경찰 관세청 등이 기업을 압수수색할 때, 현장에서 압수수색 범위나 수사와 관련 없는 자료를 수사기관이 가져가는 것을 막는 일 등을 담당했다.

최근엔 대량의 문서 파일 등 데이터를 추출하는 포렌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기업 내부 조사에 사용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임직원의 비위 등 기업이 먼저 고소·고발하기 위해서 포렌식팀을 찾는 식이다. 이태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기업 감사팀에서 자체적으로 내부 조사를 진행할 때, 직원의 개인컴퓨터나 이동저장장치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불법 증거 수집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적법 절차를 따르기 위해 로펌의 포렌식팀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영업기밀 유출’과 관련한 의뢰가 가장 많이 늘었다.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2019년 7월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으로 ‘직원이 퇴사하면서 지정된 장소 밖으로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것’도 영업비밀 침해죄로 처벌할 수 있어 기업의 확인 의뢰가 늘고 있다”고 했다.

그 외에 △준법 경영에 필요한 자료 탐색 △M&A 과정에서 인수 기업의 리스크 진단 △해외 소송 시 e디스커버리(전자 증거 개시) 제도 대응 △외부감사법에 의한 회계감사 조사 등에도 포렌식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포렌식 팀 키우는 로펌들

포렌식 기술 활용도가 높아지며 대형 로펌들은 앞다퉈 포렌식팀 역량 강화에 나섰다. 국내 포렌식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팀은 김앤장이다. 2007년 출범한 김앤장 포렌식팀은 150명 이상의 포렌식 전문가로 구성됐다. 김앤장은 법률전문지 ‘아시안 로이어’로부터 해마다 내부 조사 분야 아시아 최고 로펌에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도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태평양도 2020년 포렌식팀을 ENI(E-discovery & Investigation)팀으로 개편하고, 팀원도 100여 명으로 대폭 증원했다. 특히 대검찰청 디지털 수사담당관 출신인 정수봉·이정호 변호사가 주축을 이뤄 검찰 수사 대응에 최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장은 내부 비리 사건 조사와 함께 외부 회계감사에도 강점을 보인다. 광장 관계자는 “외부 조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규모가 큰 사건을 광장의 포렌식팀이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율촌은 검경 출신 변호사와 포렌식 수사관 등 법률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이 직접 포렌식 툴을 이용해 신속하게 문제의 쟁점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국제소송을 대비하기 위해 율촌 이디스커버리센터를 작년 개설했다. 해당 센터에는 백윤재·김용상 외국 변호사 등 미국 대형로펌 소송 업무 수행 및 미국 연방정부 근무 경력이 있는 국제소송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세종도 2020년 기존 팀을 ‘세종디지털포렌식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경찰과 대검 등에서 포렌식 업무를 담당한 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검 디지털 수사담당관 출신인 최성진 세종 변호사는 “역량 강화를 위해 연구소를 설립하고, 포렌식 관련 특허도 보유 중”이라고 했다.

화우 역시 포렌식 센터를 운영 중이다. 화우는 금융감독원이나 감사원 조사 등에 경험이 많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또한 별도의 디스커버리센터와 협업해 미국 소송 등에 철저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