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관리·감독했다면 사업자형 지점장도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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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판 포커스
대법 "명목상 사업자 지위였지만
실적·근태 등 본사가 관여해
계약해지는 부당해고" 판결
대법 "명목상 사업자 지위였지만
실적·근태 등 본사가 관여해
계약해지는 부당해고" 판결
보험회사가 ‘정규직 지점장’과 같은 형태로 ‘사업자형(위탁형) 지점장’을 관리·감독했다면 이들 지점장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대법원에선 보험회사 지점장의 근로자성에 대한 판결이 4개 나왔다. 같은 날 나온 판결이지만 이 가운데 한화생명과 농협생명 지점장은 근로자성을 인정했고, 오렌지라이프와 흥국화재 지점장은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소송의 원고는 각 보험회사의 사업자형 지점장이었다. 네 곳의 지점장이 주장하는 내용은 비슷했다. 이들은 “명목상으로는 사업자 지위를 유지했으나 실적과 근태 관리 등 본사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이는 성과급 형태의 임금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본사 근로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본사의 지점장 계약해지가 사실상 해고 등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주장에도 한화생명과 농협생명 지점장만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판결이 엇갈린 배경은 근로자 지위인 정규직(일반직) 지점장의 존재 여부였다. 한화생명과 농협생명은 정규직으로 인정되는 지점장과 사업자형 지점장이 동시에 있었다. 법원은 “사업자형 지점장과 정규직 지점장 사이에 업무상 재량권에 큰 차이가 없다”며 비슷한 일을 하는 사업자형 지점장 역시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규직 지점장과 사업자형 지점장이 본사에서 비슷한 실적 목표를 제시받았고, 비슷한 근무 형태를 보여 같은 방식으로 관리·감독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역시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만큼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라고 판시했다.
정규직 지점장이 없는 오렌지라이프와 흥국화재 지점장은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오렌지라이프 지점장들은 “중간관리자로부터 업무계획과 실적 목표를 제공받았다”며 “실질적인 지휘·감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중간관리자는 회사가 지점장에게 업무를 위임하고 수행 결과를 취합하는 역할을 했을 뿐 지휘·감독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흥국화재 지점장들 역시 흥국화재로부터 규정 위반행위를 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징계를 받아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적이 저조한 지점장을 징계하는 행위는 근태가 아니라 노무 제공의 결과만 보고 한 조치”라며 “위임계약에서 통상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 사건을 대리한 장상균 태평양 변호사는 “지점장이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퇴직금·수당 지급 소송이나 통상임금 소송 등에도 휘말릴 수 있다”며 “판례가 엇갈린 만큼 사업가형 지점장의 근로자성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대법원에선 보험회사 지점장의 근로자성에 대한 판결이 4개 나왔다. 같은 날 나온 판결이지만 이 가운데 한화생명과 농협생명 지점장은 근로자성을 인정했고, 오렌지라이프와 흥국화재 지점장은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소송의 원고는 각 보험회사의 사업자형 지점장이었다. 네 곳의 지점장이 주장하는 내용은 비슷했다. 이들은 “명목상으로는 사업자 지위를 유지했으나 실적과 근태 관리 등 본사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이는 성과급 형태의 임금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본사 근로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본사의 지점장 계약해지가 사실상 해고 등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주장에도 한화생명과 농협생명 지점장만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판결이 엇갈린 배경은 근로자 지위인 정규직(일반직) 지점장의 존재 여부였다. 한화생명과 농협생명은 정규직으로 인정되는 지점장과 사업자형 지점장이 동시에 있었다. 법원은 “사업자형 지점장과 정규직 지점장 사이에 업무상 재량권에 큰 차이가 없다”며 비슷한 일을 하는 사업자형 지점장 역시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규직 지점장과 사업자형 지점장이 본사에서 비슷한 실적 목표를 제시받았고, 비슷한 근무 형태를 보여 같은 방식으로 관리·감독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역시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만큼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라고 판시했다.
정규직 지점장이 없는 오렌지라이프와 흥국화재 지점장은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오렌지라이프 지점장들은 “중간관리자로부터 업무계획과 실적 목표를 제공받았다”며 “실질적인 지휘·감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중간관리자는 회사가 지점장에게 업무를 위임하고 수행 결과를 취합하는 역할을 했을 뿐 지휘·감독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흥국화재 지점장들 역시 흥국화재로부터 규정 위반행위를 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징계를 받아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적이 저조한 지점장을 징계하는 행위는 근태가 아니라 노무 제공의 결과만 보고 한 조치”라며 “위임계약에서 통상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 사건을 대리한 장상균 태평양 변호사는 “지점장이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퇴직금·수당 지급 소송이나 통상임금 소송 등에도 휘말릴 수 있다”며 “판례가 엇갈린 만큼 사업가형 지점장의 근로자성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