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호황에 취해 멍들어가는 건설사 경쟁력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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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아파트 브랜드를 앞세우면 재개발·재건축 공사를 따기 쉽고, 수천억원짜리 공공건설 공사는 적당히 운만 좋으면 수주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미 해외 시장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인도 건설사가 무섭게 치고 올라온 데다 수익성이 좋은 공사는 설계·기술 요구가 까다로워 쉽사리 시도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확산을 전후해 중동 지역의 발주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단순히 글로벌 여건에 따른 현상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주택 시장이 호황을 거듭하다 보니 굳이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형 건설사들의 국내 주택 매출 비중이 60~70%에 달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의 해외 경쟁력은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정책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의 시공 경쟁력은 2017년 7위에서 2018년 10위로 떨어졌다. 중국(1위)·터키(9위) 등에 뒤처지고 있다. 설계 경쟁력은 13위로 포르투갈(8위)·인도(12위)에도 밀리고 있다. 특히 플랜트·토목 분야의 시공·설계 경쟁력은 매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도 건설사들의 해외 경쟁력 약화를 부추긴다는 시각도 있다. 현행 입찰 제도에선 대규모 공공건설 공사조차 기술 평가의 진입 장벽에 높지 않아 입찰 가격만 잘 맞추면 수주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문제라고 우려한다. 그간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 시장의 양적 성장에 기대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국내 주택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크게 요동치고, 갈수록 성장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내수에 편중된 사업 구조로는 중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미 미국·스페인 등 건설 강국과 중국·인도 등 신흥국 건설사들은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곤두박칠치고 있는 수익성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