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 업체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작된 인력(운전기사) 부족 사태는 임금 인상이란 유인책을 통해 메웠지만, 정작 운전기사가 운행할 트럭이 부족한 상황에 놓이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의 신규 영업용 트럭 등록 건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20% 낮은 상태"라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여파 이후 반도체 칩 부족 사태에 의해 촉발된 트럭 부족 현상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발 봉쇄조치 등으로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유럽 트럭 제조사들은 기존 주문건이 너무 많이 밀린 탓에 더 이상 새로운 주문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트럭 제조사들은 필수 원자재가 내년 이후 한참 뒤에나 납품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원가 산정이 불가능해 트럭 가격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ING에 따르면 트럭 부족 사태로 인해 연식이 1~2년된 중고트럭의 가격이 신차 가격과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ACT리서치의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여간 글로벌 공급망에서 운전기사 부족이 핫이슈였다면, 지금은 트럭과 트레일러 부족이 엄청난 장애요소가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구인난에 발목이 잡혔던 화물운송 기업들이 임금을 올려 운전기사들을 다시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번엔 트럭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년간 화물운송업계 임금은 25~30% 가량 오른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 환경은 전반적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날 영국 보험회사 마쉬는 "1분기 커머셜보험 가격이 전년 동기에 비해 1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커머셜보험은 모든 사업체가 가입해야 하는 보험을 의미한다. 커머셜보험 비용은 18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FT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보험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기업 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