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이동' 반복하며 촬영하는 듯…애민 부각·충성심 제고
김정은과 기념사진은 '집안 보물'…충성심 끌어내는 '사진정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항일빨치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에 기여한 각 분야 참가자들과 일주일 가까이 릴레이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사진정치'를 이어가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김 위원장이 열병식(4.25)에 참가했던 평양시 내 대학생·근로청년들과 전날 기념촬영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열병식 기념사진 보도는 이날이 세 번째로, 첫 촬영은 지난달 27일 열병식에 참가했던 각급 부대 지휘관 및 병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같은 날 김 위원장은 열병식 촬영·보도·편집에 기여한 조선중앙방송위원회 간부·실무자들과도 사진을 찍었으며, 이튿날인 지난달 28일에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과 별도의 촬영을 진행했다.

열병식에 기여한 참가자들과 분야별로 돌아가며 '기념사진 스킨십'에만 일주일 가까이 할애한 셈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념사진 촬영 방식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한 열병식 참가 청년 기념사진을 살펴보면 참가자들은 모두 20개 조로 나눠 김 위원장과 각각 사진을 찍었다.

넓은 촬영장 안에서 최소 다섯 군데 이상의 촬영지점을 설정해 각 조가 미리 촬영 준비를 해두고, 김 위원장이 직접 조별로 이동하며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촬영된 기념사진은 이날 노동신문 총 8면 가운데 1면부터 6면까지 여섯 면을 빼곡히 채웠다.

앞서 지난달 27일 촬영된 열병식 참가 병사들과의 기념사진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더 나아가 지난달 28일 기념촬영 때는 금수산태양궁전 정면을 배경으로 약 다섯 조가 같은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사진을 찍었다.

1천여 명으로 구성된 각 조가 건물 앞 계단식 대형 연단에서 줄을 맞추며 자리를 잡는 동안 김 위원장이 대기하기를 반복하며 촬영이 이뤄진 셈이다.

김정은과 기념사진은 '집안 보물'…충성심 끌어내는 '사진정치'
이번 4·25 열병식은 지난 2월 김정일 생일부터 시작된 북한 대형 기념일의 대미를 장식하는 성격이자 김정은 공식집권 10년과 맞물리며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지녔던 만큼 기념촬영에도 각별한 정성을 기울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고지도자가 대기를 마다하지 않고 수많은 참석자와 일일이 촬영하는 스타일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확실하게 차별성을 띠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도 생전에 대형 행사 때마다 기념사진을 찍었지만, 촬영 인원이 대규모일 때는 첫 번째 조와 사진을 찍은 뒤 바로 이석했고, 다른 조들은 김정일 없이 촬영한 뒤 나중에 김정일이 들어간 합성 사진을 수령했다.

이튿날 노동신문에도 당연히 김정일 위원장이 포함된 첫 번째 조 사진 한 장만 실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와 찍은 기념촬영은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진다.

실제 노동신문을 보면 김 위원장과 사진을 찍은 주민들이 "대를 두고 길이 전할 뜻깊은 기념사진", "우리 집에 정중히 모신 기념사진"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김 위원장이 부친과 달리 넓은 촬영장에서 여러 번 이동하고 오랜 시간 대기하는 이례적인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일일이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사진이 지니는 이런 효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들과 대면 접촉을 넓히고 그들의 수고를 진심으로 고맙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애민 지도자상'을 부각하는 동시에 충성심을 고취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과 기념사진은 '집안 보물'…충성심 끌어내는 '사진정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