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주간 운영, 체험학습·걷기행사 등 다양…'노마스크'엔 일부 우려도 "잘해라! 화이팅!", "선 밟지 말고!", "더 빨리, 더 빨리!"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2일 서울 서대문구 금화초등학교에서는 3년 만의 학년별 봄 운동회가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 봄 이후 처음 열리는 운동회다.
오전 10시가 되자 교실에 있던 6학년 학생 82명은 일제히 운동장으로 쏟아져나와 줄지어 앉았다.
오랜만의 운동회가 설렌 듯 엉덩이를 들썩이다가 운동회 시작도 전에 일어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날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기는 했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마스크 착용을 원하는 아이들도 있어 학교 측이 학생들 자율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학급 단위 체육수업과 체육행사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으나 거리 유지, 함성 응원 등 상황에 따라서는 학교장이 착용 여부를 재량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선생님의 지시가 떨어지자 아이들은 운동장 중앙으로 이동했다.
한쪽에서는 15명가량이 빙 둘러서서 동그란 천을 함께 잡은 뒤 공을 굴리는 파라슈트 게임을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어달리기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모여 앉았다.
이어달리기에서 자기 순서가 되자 마스크를 벗은 주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전 주자들에게 "빨리 빨리"를 외쳤다.
금화초등학교 전교 회장인 김연아(13)양은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는 거라 어색하다"면서도 "앞으로는 친구들이랑 거리두기를 안 하고 재밌게 얘기할 수 있어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교실 안에 있던 아이들도 운동회를 구경하기 위해 창가로 몰려들었다.
제 자리에서 발을 구르거나 크게 소리치며 계주로 나선 친구들을 응원했다. 달리기를 마치고 들어온 정모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한 게 마지막 운동회였다"며 "다시 운동회를 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조금 귀찮았는데, 막상 마스크를 벗고 뛰고 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교사들 역시 오래간만에 다 함께 모여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기뻐했다.
한 교사는 "이렇게 학년별로 모이는 행사가 코로나19 이후에는 거의 없었다"며 "교실 안에서만 답답하게 있던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니 저 역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교사 이혜원 씨는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덕분에) 오랜만에 아이들 눈 아래까지 얼굴을 보게 돼 설렌다"며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벗으라고 하니까 당황하는 것을 보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웃었다. 학교현장 곳곳에는 지난 2년여간 보기 어려웠던 활기가 다시 넘치고 있다.
각 학교가 전면 등교와 교과·비교과활동 정상화는 물론이고, 학급·학년·학교 단위 행사에 나서고 있다.
마침 100주년이 된 어린이날을 맞아 체육대회나 현장 체험학습 등 특별 활동에 나서는 학교가 많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단축 수업, 원격 수업, 교내 거리두기 등으로 갇혀 지내다시피 하던 성장기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이제야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면서 반기고 있다.
서울 초등학교 학부모인 이모(44)씨는 "아이 학교에서 일상회복 첫 주인 이번 주를 '어린이 주간'으로 지정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현장학습에 나가고 운동회도 한다"며 "아이가 너무 신났고 학부모로서도 설렌다"고 말했다.
서울 다른 초등학교는 오는 3일 학년별 티셔츠를 맞춰 입고 학교 주변 둘레길을 걷는 행사를 연다.
이 학교 학부모 고모(40)씨는 "쉬는 시간도 없어 친구들과는 모둠에서 마스크 쓰고 멀찍이 잠깐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생활이 너무 안쓰러웠다"며 "반티 입고 학년 전체 행사라니 아이가 처음 입학하는 것처럼 설레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것이 아니고, 학교에서는 많은 학생이 일시에 한데 모인 상황이 종종 발생할 수 있어 교육활동의 완전 정상화나 체육활동 시 마스크 해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체육행사나 체육대회는 방역 당국이 착용 의무를 유지한 집회, 공연, 스포츠 관람의 형태로 보기 어렵다"며 마스크 의무는 해제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부 지침은 학교장 재량으로, 거리 유지가 어렵거나 함성 응원이 있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착용하도록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