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보이지 않는 손', 돈을 죄악시 여기던 인간…탐욕 앞에서 그는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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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서 납치된 투자전문가
몸값 벌려 투자 나선다는 이야기
4인극 형식, 배우들 연기 몰입감
좁은 방 배경…조명 연출 인상적
몸값 벌려 투자 나선다는 이야기
4인극 형식, 배우들 연기 몰입감
좁은 방 배경…조명 연출 인상적
![[리뷰] 연극 '보이지 않는 손', 돈을 죄악시 여기던 인간…탐욕 앞에서 그는 어떻게 변할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205/AA.29832316.1.jpg)
지난달 26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개막한 이 연극은 파키스탄 무장단체에 납치된 미국인 투자전문가 닉 브라이트가 풀려나기 위해 자신의 몸값을 종잣돈 삼아 투자에 나선다는 독특한 이야기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작가 에이야드 악타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2011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처음 선보인 이 공연은 영국과 독일 등에서도 막을 올렸다. 2015년 오비상 극작상과 외부비평가협회상인 존 개스너 극작상 등을 받았다. 공연기획사 연극열전이 국내 첫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였다.
극은 자본주의의 위대함으로 시작하지만 그것에 대한 맹신이 답이라는 결론은 내리지 않는다. 바시르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의감에 사로잡혀 있지만 그 수단으로 필요한 돈을 만들기 위해 대형 폭탄테러를 기획하는 모순을 보인다. 파키스탄 화폐 가치 폭락을 유도해 파생상품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이처럼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서 괴물이 된 자본주의의 무서움을 보여주려 한 연출자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특히 랜턴 조명에 비친 닉의 작은 손이 거대한 손 그림자로 확대되는 장면에선 ‘보이지 않는 손’의 탐욕스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금융을 다루지만 긴장감 있는 연출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간다. 주식 등 투자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좁은 방에 갇혀 극을 시작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이끌어나가는 성태준의 연기는 마치 링 위의 격투기 선수를 연상케 한다.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대사지만 표정 등으로 명확한 감정선의 변화를 보여주는 황규찬의 연기도 강렬하다. 공연은 다음달 30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