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20억·美기업 월세·론스타까지…韓 청문회 쟁점과 해명(종합)

'김앤장 고문' 전관예우 로비스트 논란…모빌社 월세 '이해충돌' 의혹
부인 전시회·그림 판매 '남편 찬스' 의혹도…한덕수, 정면 반박

2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한 후보자가 공직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오간 것을 두고 이른바 '전관예우 로비스트'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사업특혜 의혹을 받던 미국 기업에 수억원대 장기 월세 임대를 한 것은 물론 화가인 배우자의 그림 판매 논란,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개입 의혹 등도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후보자는 전관예우와 이해충돌 의혹에 적극 반박하면서도 고액 보수나 회전문 인사 논란에는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 '김앤장 고문료 20억' 전관예우 로비스트 논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청문위원들은 한 후보자가 공직과 김앤장을 수차례 오가며 고문료로 총 20억원을 받은 것을 두고 사실상 전관예우를 받으며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공직 퇴임 후인 2017년부터 김앤장 고문으로 약 4년 4개월간 일했고, 이보다 앞선 2002년에는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낸 뒤 곧장 김앤장으로 가 1년간 근무했다.

역시 같은 직책이었다.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받은 급여는 2017년∼2022년 19억7천700만여원, 2002년∼2003년에는 1억5천100만원을 받았다.

특히 2002년은 김앤장이 외환은행 불법매각 논란에 휩싸인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을 맡았을 때이기도 하다.

김앤장 고문 외에도 작년 3월부터 약 1년간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8천200만원의 급여를 받은 사실도 알려진 바 있다.

이에 한 후보자는 "전관예우나 이해충돌 문제가 일어난다는 건 전혀 인식하지 않았다"며 "저 자신이 특정 케이스에 관여한 것이 한 건도 없고 제 후배인 공무원들에게 단 한 건도 전화하거나 부탁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김앤장에 간 이유는 (제 역할이 공직 재직 당시)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우리 경제를 설명하고, 공공외교를 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제가 한 일이 공공적 요소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적인 여러 직책에서 경험과 능력을 쌓은 사람이 민간에 가서 일종의 이해충돌이나 전관예우가 아니고 국가를 위해 도울 수 있는 길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후보자는 공직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오간 이력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과 고액 보수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송구스럽다"고 했다.

◇ 특혜논란 美기업에 10년간 월세 주고 6억…이해충돌 의혹
한 후보자가 자산가인 장인으로부터 매입해 보유한 서울 종로구 3층 단독주택 임대 문제도 이해충돌 논란으로 번졌다.

그는 이 주택을 1989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의 통신 대기업 AT&T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인 모빌(현 엑슨모빌)의 자회사 모빌오일코리아에 10년간 월세로 빌려주고 6억2천만원의 임대 소득을 올렸다.

이 시기는 한 후보자가 통상분야 고위직으로 있을 때였다.

특히 1997년 한 후보자는 통상산업부 차관으로 재직 중이었는데 당시 모빌사는 정부 사업을 수주해 특혜 의혹을 받았다.

민주당은 가뜩이나 당시는 외국계 기업과의 월세 선금 계약이 흔치 않았던 만큼 그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을 해왔다.

한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외국계 기업에 주택 월세 임대료를 받은 것이 이해충돌 아니냐'는 민주당 김회재 의원의 질문에 "절대 그 기업에 대한 특혜(를 주거)나, 회사 책임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미국 모빌사가 1996년 석유개발공사가 주관한 해외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한 것과 관련,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는 "황당하고 터무니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 사람들이 저 때문에 특혜를 받았다면 증거를 대달라"라며 "저의 주택을 임대했으니 특혜를 줬다면 저는 이미 해고됐거나 감옥에 갔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도 했다.

AT&T가 1989년 3년치 월세 선급금 수억원을 한 후보자에게 지급했는데도 이후 1년간 해당 주택에 한 후보자의 장인·장모가 거주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폐쇄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1989년부터 1년이 넘는 1990년 4월까지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그 집에 그대로 살았다"며 "1년간 그 비싼 돈을 내고 AT&T는 집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한동훈 검사라면 수사감이고 구속감"이라고 주장했다.

◇ 부인 전시회 '남편찬스' 의혹·그림 수천만원대 판매 논란도
화가이자 부인인 최아영 씨의 전시회 개최 및 수천만원대 그림 판매를 둘러싼 '남편 찬스' 의혹도 집중 타깃이 됐다.

앞서 최씨는 한 후보자가 주미대사이던 2009~2011년 초대작가 등으로 5차례 전시회에 참여했는데, 그중 4차례는 주미대사관 워싱턴 총영사관과 주미대사관 산하 한국문화원에서 연 전시회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씨가 남편이 주미대사로 있는 동안 유명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회에 초대받아 이력을 쌓은 뒤 주미대사를 그만둔 해에 최초 개인전을 열고 대기업들에 작품을 수천만원에 팔았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한 후보자는 "집사람은 제가 공직에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전시회를 하지 않았다.

의원님들이 말씀하시는 '오해'를 받을까 봐 안 한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공직을 떠난 후 2012년에 1번, 작년에 10년 만에 한 것이 전부"라며 "만약 제 덕을 보려고 했다면 제가 공직에 있을 때 전시회를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씨의 그림이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송모 씨와 부영주택 등에 판매된 것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도 제기됐다.

특히 최씨의 그림을 사들인 부영주택이 미국에 진출하는 과정에 한 후보자가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부영주택은 2012년 개인전에서 최씨로부터 그림 3점을 2천3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주택은 회사 자금으로 그림을 구매했으며 당시 최씨의 사촌오빠가 회사 미국법인 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것이 구매의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아마추어 작가의 작품을 대기업 오너가 법인카드로 명의로 샀고, 비정상적인 고가 가격으로 사줬다"며 "배우자의 작품이 수천만원대 가격에 판매됐는데 '한덕수 프리미엄'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 후보자는 "(부영주택과) 전혀 접촉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것도 주미대사 시절의 역할이냐'는 질문에는 "요청이 있으면 도울 수 있으나 부영주택은 단 한 번도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 '론스타에 유리 진술' 의혹…"제 얘기 일부로 몰아간 것" 강력 부인
한 후보자가 2014년 대한민국 정부와 론스타 간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 당시 론스타에 유리한 진술을 했다는 의혹도 거듭 제기됐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론스타 측이 2014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출한 증인서면답변서에 한 후보자의 언급이 인용됐다며 해당 발언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당시 "한국 사회는 외국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너무 강하다", "국회와 국민, 언론 매체들이 모두 외국자본에 대해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인 것은 문제가 있다" 등의 언급을 한 것으로 나온다.

한 후보자가 그와 같은 진술을 한 것은 론스타에서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하려다 실패했던 때(2007년 7월∼2008년 9월)가 자신이 국무총리로 재직했던 시기인 만큼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나 한 후보자는 당시 자신의 해당 발언은 "론스타와는 관련이 없는 시각에서 한 얘기"라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제가 부총리로 재직할 때 출입 기자들과 등산을 다녀오면서 'FTA(자유무역협정)도 해야 하고, 여러 과제가 있는데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데 저항이 많다'는 고민을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인이 다른 장소에서 론스타 문제와 관련 없이 발언한 것을 론스타 측에서 맥락 없이 서면답변에서 활용했다는 해명이었다.

한 후보자는 "제가 그 이후 론스타가 (제 발언을) 그렇게 해석한 것이 틀렸다는 것을 조목조목 반박을 했다.

론스타는 제가 얘기한 일부분을 갖고서 전체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몰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