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조달방안, 과거 정부 비해 '두루뭉술'…실현가능성도 의문
"연 20조원 세수 확보 쉽지 않아…지출 구조조정도 '땜질'로는 안돼"
尹정부 공약 209조 필요…세수·지출조정 年40조 확보 가능할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209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매년 약 40조원이 더 필요한 셈인데, 인수위는 세수 증가분과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충분히 조달 가능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산시장 활황으로 세입이 이례적으로 늘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연간 세수가 정체된 추세인데다 지출 구조조정도 한계가 있어 인수위의 계획이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尹정부 국정과제 이행에 5년간 209조원 소요 전망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브리핑에서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서는) 5년간 (2022년 예산 대비) 총 209조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정목표별로 보면 부동산 정책 전환 등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에 54조원, 핵심 전략산업 육성 등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에 13조원,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 등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에 65조원이 든다.

미래 산업 육성과 인재 양성 등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에는 61조원, 외교·안보 정책 등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에는 16조원이 투입된다.

국정과제 필요재원은 문재인 정부가 178조원, 박근혜 정부가 135조원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보다 필요 재원이 31.9% 늘었고,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보다 17.4% 늘었다.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매년 40조원가량의 재원은 지출 구조조정과 세수 증가분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인수위 계산이다.

안 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예산 600조원 중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경직성(의무지출) 예산이 300조원, 인건비가 100조원 되기에 200조원 정도는 어느정도 용도 변경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그 중 10%를 구조조정하면 20조원 정도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발전하면서 세수가 1년에 20조원 정도는 (추가로 늘어) 조달 가능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尹정부 공약 209조 필요…세수·지출조정 年40조 확보 가능할까
◇ 매년 세수 20조원 늘고 지출 20조원 구조조정? 가능할까
그러나 인수위가 제시한 재원 조달 방안이 과거 정부와 비교해 두루뭉술한데다, 지나치게 '장밋빛'이라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179조원 공약 이행 재원 조달 방안으로 대기업 비과세·감면 정비, 자본이득·금융소득 과세 강화, 상속·증여세 과세체계 개편 등 세입 확충 방안과 분야별 재량지출 절감률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도 135조원 조달을 위해 '공약가계부'를 만들어 지하경제 양성화와 과세 인프라 확충, 비과세·감면 정비 등 세입 증대 방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연계·조정 등 주요 지출 구조조정 항목을 공개했다.

반면 인수위는 세입 확충 방안으로는 세입 자연 증가에 대한 기대만 나타냈고, 지출 구조조정도 자세한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다.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세에 따라 세수가 늘어나더라도 증세 등의 조치 없이 자연증가분만으로 연간 20조원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산 기준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1천억원으로 2020년보다 58조5천억원 늘었으나 이는 부동산·증권 등 자산시장의 활황에 따라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국세수입은 2020년 285조5천억원, 2019년 293조5천억원, 2018년 293조6천억원으로 3년 내내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연 20조원 지출 구조조정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간단한 목표도 아니다.

정부는 매년 본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지출 구조조정 '칼질'을 진행했으나 그 규모는 10조원 초반대 수준이었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20조원을 마련하려면 통상 해오던 것보다 허리띠를 더 강하게 졸라매야 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사업별·부처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도 만만찮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매년 20조원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는 건 만만찮다"며 "지출 구조조정 방안도 막연하다.

'땜질' 방식으로 20조원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고 대대적인 재정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