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이 선진국은 물론, 중국·대만·태국 등 신흥시장보다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들의 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비해 주가는 하락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반 토막 난 결과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실적을 반영한 코스피200의 PER은 지난 2일 종가 기준 9.8배였다. 재작년 4분기 실적을 반영해 작년 5월 3일 종가 기준으로 산정한 PER(24.1배)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코스피200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작년 1.3배에서 올해 1배로 낮아졌다. 유가증권시장 전체로 봐도 PER은 작년 26배에서 11.1배로 주저앉았고, PBR 역시 1.3배에서 1.1배로 하락했다.

국내 증시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저평가 상태다. 코스피200과 비교해 볼 때 선진국 23개국의 평균 PER은 18.4배로 한국의 두 배에 가까웠다. 신흥국 24개국 평균 PER도 12.3배로 한국보다 높았다.

신흥국 중에서는 브라질(6.9배)을 제외하면 한국은 중국(11.9배), 대만(12.9배), 인도(24.5배), 태국(21.3배)보다 PER이 낮았다. 작년만 하더라도 한국 PER(24.1배)은 신흥국 26개 평균(21.5배)은 물론이고 중국(19.4배), 브라질(18.9배), 대만(23배)보다 높았다.

대표 종목 삼성전자의 저평가도 눈에 띄었다. 지난 2일 기준 삼성전자의 PER은 11.65배로, 작년(21.22배)에 비해 큰 폭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45% 증가한 51조6339억원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최근 1년 새 약 17% 내렸다. 삼성전자 PER은 글로벌 경쟁업체인 대만 TSMC(21.51배), 미국 엔비디아(50.74배)와 AMD(34.96배)보다 크게 낮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한국 시장이 저평가받는 이유는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가 소외받고 있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200 배당수익률은 2.0%로, 신흥국 평균 배당수익률(2.7%)에 비해 낮았다. 한국 배당수익률은 중국(2.2%), 일본(2.3%), 대만(2.8%)보다 낮았지만 미국(1.5%), 인도(1.2%)보다는 높았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