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롯데 에비뉴엘 본점 앞에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 에비뉴엘 본점 앞에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다.
오는 9일 평균 4~5%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까르띠에 매장에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단종설이 흘러나오는 시계 ‘탱크 머스트’를 찾는 소비자를 비롯해 ‘결혼 시즌’을 맞아 예식용 반지를 사려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 에비뉴엘 본점에는 까르띠에 매장에 입장하려는 대기자들이 30여 명 늘어서 있었다. 오전 10시45분께 까르띠에 매장 앞에서 한 소비자가 받은 대기 번호표에는 ‘38번’이 쓰여 있었다.

매장 직원은 손님에게 “최소 3시간 대기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양지윤 씨(34)는 “1주일 전 제품 구매를 위해 오후 반차를 쓰고 점심시간에 방문했더니,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고 있었다”며 “오늘은 하루 연차를 쓰고 개점 시간에 맞춰 왔다”고 말했다.

예비 신랑과 함께 방문한 윤모씨(37)는 “다음달 결혼 예정이라 반지를 사러 왔다”며 “다음주에 가격이 오른다고 하니, 이번주에 사야겠다 싶어 함께 휴가를 냈다”고 했다. 20번대 대기 번호를 받은 김모씨는 “탱크 머스트가 단종된다는 얘기가 있어 사러 왔는데 제품이 없다고 했다”며 “공식 홈페이지에서 틈틈이 재고도 살펴보고 있지만 사려는 모델의 재고는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까르띠에 탱크 머스트는 300만원대(스몰 사이즈 기준) 손목시계로, 롤렉스 등 1000만원이 넘어가는 고가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합리적 가격의 시계로 꼽힌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까르띠에 매장에서 오픈런이 벌어지는 게 흔하지는 않다”며 “매장 직원이나 전담 셀러를 통해 가격 인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조금이라도 물건을 저렴하게 사려는 수요가 오픈런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심화할수록 고가 럭셔리 제품에 대한 구매 열기가 뜨거워질 것으로 본다. 수요층이 탄탄한 명품의 경우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 인상 요인을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쉽고, 그 결과 소비자 사이에 ‘명품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확산한 리셀(되팔기) 열풍도 명품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