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첫 장편은 과거 프랑스 명작들에서 영향을 받았다. 주인공 수잔의 방안에 걸린 포스터는 15세 소녀의 사랑 없는 결혼과 성장을 그린 ‘우리의 사랑’(1983) 속 주인공이다. 또 수잔이 라파엘과 헤드폰을 쓰고 함께 말 없이 춤을 추는 신은 ‘라붐’(1980)의 마티유(알렉산드르 스텔링)가 13세 소녀 빅(소피 마르소)에게 헤드폰을 씌워주며 로맨틱한 시간을 갖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감독 수잔 랭동은 “프랑스 영화 ‘우리의 사랑’과 ‘귀여운 반항아’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며 “자신도 이런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생 감독이 만든 영화에는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특정 시대를 보여주는 요소를 배제한 채 10대 시절을 겪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를 보여주듯 영화 속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다양한 곡들이 나온다. 수잔이 춤을 추는 장면에는 1990년대 댄스곡 닥터 알반의 ‘싱 할렐루야(Sing Hallelujah)’가 등장하고, 국내에서 2000년대 초반 CF음악으로 쓰여 익숙한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패밀리 어페어(Family Affair)’도 그 시절을 추억하게끔 만든다. 엔딩 크레딧 곡 ‘Seize printemps(열여섯 봄)’은 수잔 랭동 감독이 직접 노래를 불렀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