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 보장 판결은 큰 잘못"…美 대법원, '로 앤 웨이드' 판결 뒤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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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49년간 유지해 온 낙태권 보장 판결을 뒤집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낙태권은 미국에서 이념 성향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실제로 판결이 폐기될 경우 미국 내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 의견서 초안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임신 6개월(23~24주) 이전 낙태가 사실상 합법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얼리토 대법관은 다수 의견서에서 “(낙태권을 보장한) 로는 시작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다”고 썼다. 이어 “논리가 매우 약하고 판결은 해로운 결과를 초래했다”며 “낙태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끌어내기는커녕 논쟁을 키우고 분열을 심화했으므로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고 적었다. 또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어떤 헌법조항도 낙태권을 명시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얼리토 대법관이 언급한 ‘로 대 웨이드’는 1973년 연방대법원이 내린 판결로 미국에서는 낙태권을 보장하는 기념비적인 판결로 꼽힌다. 당시 텍사스주에서 성폭행을 당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가명 로)이 낙태 수술을 거부당하자 텍사스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대법원은 표결에서 7대 2로 여성이 낙태할 권리가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명시된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가 되기 전에는 여성이 어떠한 이유로든 임신 상태에서 벗어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이 다시 논쟁의 중심이 된 건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사실상 금지한 미시시피주의 법률 심리에 들어가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이 투입되며 연방대법원은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이 6명으로 전체 9명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얼리토 대법관 외 공화당 정부에서 임명한 4명의 대법관들이 이 의견서에 찬성한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3명은 소수 의견을 작성 중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결정 방향은 아직 불투명하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의견서를 받아들여 낙태권에 대한 권리 보장을 철회하면 미국은 주별로 낙태 금지 여부와 제한 기준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낙태권리 옹호 단체인 구트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미 50개주 중 애리조나 등 31개주에서 낙태 금지 법안이 발의돼 있다. 주로 공화당 출신 주지사가 있거나 주 의회 과반이 공화당인 지역이다. 반면 주지사들이 민주당 소속인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은 낙태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과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일 폴리티코 보도 이후 낙태권 옹호론자 수백명이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민주당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근대사에서 가장 해롭고 최악인 판결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보도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 의견서 초안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임신 6개월(23~24주) 이전 낙태가 사실상 합법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얼리토 대법관은 다수 의견서에서 “(낙태권을 보장한) 로는 시작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다”고 썼다. 이어 “논리가 매우 약하고 판결은 해로운 결과를 초래했다”며 “낙태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끌어내기는커녕 논쟁을 키우고 분열을 심화했으므로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고 적었다. 또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어떤 헌법조항도 낙태권을 명시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얼리토 대법관이 언급한 ‘로 대 웨이드’는 1973년 연방대법원이 내린 판결로 미국에서는 낙태권을 보장하는 기념비적인 판결로 꼽힌다. 당시 텍사스주에서 성폭행을 당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가명 로)이 낙태 수술을 거부당하자 텍사스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대법원은 표결에서 7대 2로 여성이 낙태할 권리가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명시된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가 되기 전에는 여성이 어떠한 이유로든 임신 상태에서 벗어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이 다시 논쟁의 중심이 된 건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사실상 금지한 미시시피주의 법률 심리에 들어가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이 투입되며 연방대법원은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이 6명으로 전체 9명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얼리토 대법관 외 공화당 정부에서 임명한 4명의 대법관들이 이 의견서에 찬성한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3명은 소수 의견을 작성 중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결정 방향은 아직 불투명하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의견서를 받아들여 낙태권에 대한 권리 보장을 철회하면 미국은 주별로 낙태 금지 여부와 제한 기준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낙태권리 옹호 단체인 구트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미 50개주 중 애리조나 등 31개주에서 낙태 금지 법안이 발의돼 있다. 주로 공화당 출신 주지사가 있거나 주 의회 과반이 공화당인 지역이다. 반면 주지사들이 민주당 소속인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은 낙태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과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일 폴리티코 보도 이후 낙태권 옹호론자 수백명이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민주당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근대사에서 가장 해롭고 최악인 판결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보도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