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이상 소득자 '지역 건보료 조정' 활용 감면 사례 年 2천건
억대 소득 프리랜서들, 건보료 '쥐꼬리'로 만드는 편법 여전하다
연간 억대 소득을 올리는 가수, 연예인, 스포츠선수, 웹툰 작가 등 고소득 프리랜서들이 건강보험료를 깎아달라며 조정신청을 해서 실제 감액 혜택을 받은 사례가 끊이지 않아 건강보험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3일 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연 소득 1억원 이상 프리랜서 중에서 최근 3년간 이른바 '지역 건강보험료 조정제도'를 활용해 보험료를 감액받은 경우는 6천651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2천227건, 2020년 2천716건, 2021년 1천708건 등으로 2021년 소폭 감소했으나, 해마다 2천건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조정 신청해 조정받은 소득금액도 2019년 3천974억4천584만원, 2020년 4천854억8천468만원, 2021년 3천111억2천781만원 등으로 매년 3천억원을 훌쩍 넘었다.

억대 소득 프리랜서들, 건보료 '쥐꼬리'로 만드는 편법 여전하다
다만 프리랜서는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여기에는 한 명의 프리랜서가 여러 건을 신청한 사례도 포함되기에 조정 건수와 신청자 숫자가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를 통해 이들 억대 고소득 프리랜서 중에는 건보료를 대폭 감면받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한해 10억원 넘게 벌었는데도 이듬해 소득이 `0'원으로 처리돼 적어도 소득에 대한 건보료는 내지 않는 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가수 A씨는 2020년에 13억5천515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조정신청을 거쳐 한 푼도 벌지 않은 것으로 인정받아 이듬해 소득 건보료를 면제받았다.

웹툰 작가 B씨도 2020년에 10억213만원의 소득을 거뒀지만, 역시 소득이 0원으로 조정 처리돼 소득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다달이 월급에서 건보료를 떼이는 '유리 지갑' 직장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지역보험료 조정제도의 맹점 때문이다.

당해연도 소득에만 건보료가 부과되는 직장가입자와는 달리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 자동차에도 건보료가 매겨지는데, 이때 보험료가 부과되는 지역가입자 소득은 프리랜서 등이 당해연도에 거둔 소득이 아니라 전년도 소득이다.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등은 경기에 민감해서 전년보다 올해 소득이 적은 경우가 종종 생기며 이 과정에서 전년도 소득 기준으로 매긴 건보료는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

건보공단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서 지역가입자가 폐업(휴업) 사실 증명원, 소득금액 감소증명원, 퇴직(해촉)증명원 등 자료를 제출하면 보험료를 조정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프리랜서는 이전 계약사업체에 요청해 해촉 증명서를 받아서 건보공단에 내면 되는데, 이를 통해 전년도에 벌어들인 소득은 단발성 소득일 뿐 올해도 발생한 소득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면, 건보공단은 국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전년도 소득 정보를 최대 '0'원으로 처리해 소득 건보료를 깎아주는 것이다.

문제는 소득 발생 시점과 보험료 부과 시점 사이에 약 1년의 시차가 벌어지면서 현재 보험료를 낼 만한 여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차원에서 부담을 덜어주고자 일시적으로 보험료를 감면해주는 것일 뿐인데, 이를 마치 당연한 권리로 여기고 일부 고소득 프리랜서들마저 해촉 증명서를 악용해 편법으로 건보료를 회피한다는 점이다.

일부 프리랜서 중에는 이런 식으로 소득을 조정해서 직장가입자 가족 밑에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아예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는 얌체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급쟁이들의 연봉을 뛰어넘는 고소득을 올리는 일부 프리랜서들의 이런 도덕적 해이가 제도의 맹점을 활용한 것일 뿐 불법은 아니어서 건보공단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현재의 소득 파악 시스템으로는 프리랜서가 어디서 어떤 소득을 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마땅히 손 쓸 도리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파악하기 위한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를 도입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