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마리나에 위치한 초고층 아파트 단지. 사진=최원철
두바이 마리나에 위치한 초고층 아파트 단지. 사진=최원철
새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정책이 중요한 논란거리가 됐습니다. 기존 정밀안전진단에 통과하지 못하던 재건축 단지들이 빠른 속도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도 용적률 상향 소식에 재건축으로 돌아서기 시작했습니다. 분당과 일산에서는 재건축 단지들이 연합해 지자체와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더 빠른 재건축 추진을 꾀하고 있다고 합니다.

1기 신도시 용적률을 500%로 조정하고 단지별 재건축을 활성화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일부 전문가들은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닭장 아파트'가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교통 혼잡이나 상하수도, 전기 등 도시 인프라 부족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단지별 재건축이 이뤄지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1기 신도시는 도시 기반 시설 확장을 포함한 마스터 플랜을 먼저 만들고, 이에 맞춰 개별 단지 재건축이 추진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닭장 아파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혹자는 잠실에 있는 어떤 아파트 처럼 아파트가 빼곡하게 배치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층수 규제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집니다.

만약 1기 신도시 아파트 재건축이 용적률 500%와 초고층 조건으로 추진된다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같은 모습이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두바이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로도 유명하지만, 두바이 마리나에 가면 멋지게 꾸며진 70~80층의 초고층 주거단지도 볼 수 있습니다.

초고층 주거단지 주변에 바다로 연결되는 수로가 있어 쾌적하고 단체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이곳을 견학할 정도로 멋진 도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용적률이 높아도 초고층으로 지으면 멋진 주거단지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죠.
초고층 건물이 모인 홍콩 도심의 야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고층 건물이 모인 홍콩 도심의 야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야경은 우리에게 보다 익숙한 홍콩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홍콩은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건물이 최소 55층 이상 되어야 허가를 내줬습니다. 55층 이상 되는 아파트가 가득하기에 '백만불짜리 야경'이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다만 가까이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한 단지가 대부분인데, 국내의 경우 이런 식으로 아파트를 공급하진 않으니 야경은 비슷해도 쾌적함에 있어서는 차원이 다를 것입니다.

이미 국내에도 고층 건물이 모여있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일산 킨텍스 주변은 49층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 단지로 가득합니다. 고양시 전체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로 소문났고 집값도 가장 비싸게 형성됐습니다. 부산 마린시티의 경우에도 88층 두산위브더제니스를 비롯해 수많은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습니다.

우리는 30년 만에 1기 신도시를 재건축해야 하는 시점에 왔습니다. 1기 신도시가 조성될 1989년 당시에는 대규모 주거지를 빠르게 공급하는 것에 급급해 염분 섞인 바닷모래를 사용하는 등 부실이 난립했지만, 이제는 앞으로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미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주택 공급에 급급하기보다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제대로 된 미래도시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신중한 검토를 통해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홈 개념을 충분히 녹여내고, 도시기반시설도 대규모로 구축해야 진짜 미래도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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