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넘어선 보톡스 수출…명암 갈리는 의료기기 시장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지난달 미용·치과 관련 의료기기 수출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진단키트 수출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종식을 계기로 의료기기 시장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보툴리눔 톡신의 잠정 수출액은 2616만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37.3% 늘었다. 직전달과 비교해도 25.3% 증가했다. 특히 미국과 동남아의 수출이 1년 새 급증했다.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수출액은 지난달 552만달러로 1년 전보다 130배 넘게 늘었다. 태국도 339만달러로 전년 대비 1.7배 증가했다. 레이저 등 미용 의료기기도 지난달 수출액 7003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했다.

미용 의료기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자 국내 업체들은 올해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1위인 휴젤은 지난 2월 유럽의약품안전관리기구연합체(HMA)로부터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 중국과 함께 보툴리눔 톡신 3대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에서 연내 24개국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대웅제약도 미국 협려사인 에볼루스를 통해 올 3분기 나보타의 유럽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해외 국가들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잇따라 해제하면서 미용 제품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전망이다.

임플란트, 치과영상장비 등 치과 관련 의료기기도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임플란트 수출액은 5593만달러로 작년보다 44% 증가했다. 치과영상장비는 같은 기간 37.5% 증가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의 수출액이 2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해 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치아 치료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어서다.

'엔데믹 효과'를 누리고 있는 미용·치과 의료기기와 달리, 진단키트 수출액은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유전자증폭(PCR) 진단키트 수출액은 지난달 2130만달러로 전년(8128만달러)에 비해 73.8% 급감했다. 1년 만에 4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든 것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40%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2분기부터 코로나19 진단업체들의 실적이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규모가 작은 코로나19 진단업체들은 당장 2분기부터 적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