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대표
남궁훈 대표
카카오가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지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서 관심사 기반의 비(非) 지인 서비스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4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라며 "뚜렷한 목적을 갖고 하루에 수십번 넘게 들어온다는 점은 카톡의 장점이자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채팅 외에도 많은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대화하기로 마음먹고 카톡에 들어온 이용자는 목적 달성되는 순간 바쁘게 앱 밖으로 나간다"며 "출근 시간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회사 향해 뛰어가는 직장인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한계를 넘기 위해 이용자들이 카톡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드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남궁 대표의 설명이다.

남궁 대표는 개편을 준비 중인 카톡 프로필 영역을 예로 들었다. 그는 "프로필 내에서 나만의 애완동물을 키우거나 상태 메시지에 대해 지인들이 하트 메시지나 이모티콘을 보낼 수도 있다"며 "우울한 상태 메시지를 올린 사람에게 건강식품이나 마음이 편해지는 방향제를 보내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필 영역은 물론, 친구 목록, 대화 영역에서 이용자들이 가벼운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요소를 기획해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카톡에 들어갈 수 있다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목적성 인터랙션으로 카톡의 기능이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인 기반'이라는 카톡의 특징을 장점이자 한계로 지목했다. 그는 "지인을 연결한 덕분에 한국 스마트폰 5000만 사용자를 모두 연결할 수 있지만 더 큰 확장을 위해선 비지인 영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를 위해 오픈 채팅을 관심사 기반으로 서비스를 재정의해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이 같이 모여서 놀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진화된 오픈 채팅에서 제공한다는 얘기다. 남궁 대표는 "멜론에서 아이브의 러브다이브를 듣고 있는 유저들에게 오픈 채팅 공간을 제공하면 팬들의 자생적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다"며 "관심사 기반 유저들이 더 잘 연결되면 텍스트 기반 커뮤니케이션이 이미지, 영상 위주의 서비스로 도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방향으로 서비스가 변화하면 카카오톡의 글로벌 진출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글 기반 스마트폰 인구는 5000만명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보유 인구의 1%에 불과하다"며 "관심사 기반 서비스로 발전하면 나머지 99%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카오는 이날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1% 늘어난 1조6517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5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