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 사업을 축소하기로 했다. 1년에 5억달러(약 6303억원)씩 절약해 총 10억달러를 절감한다는 목표다.

미셸 보나초스 최고경영자(CEO)는 3일(미국 시간) 투자자 콘퍼런스콜에서 “아두헬름을 완전히 포기할 준비가 된 것은 아니다”라며 “아두헬름의 임상 3상 시험(ENVISION)을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5년의 임기를 마친 보나초스 CEO 또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바이오젠은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두헬름 사업 축소가 예상가능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미국 정부의 건강보험인 메디케어는 아두헬름의 보험 적용을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에도 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아두헬름을 찾는 환자나 권하는 의사도 적었다. 올 1분기 아두헬름의 매출은 280만달러에 불과했다. 바이오젠은 메디케어를 의식해 작년 12월 아두헬름의 연간 투여 약가를 5만6000달러(약 6665만원)에서 2만8500달러(약 3392만원)로 절반 가량 인하했다.

메디케어가 지원하는 아두헬름의 임상 4상 시험은 이달 27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바이오젠이 아두헬름 사업을 축소하는 이유로는 에자이와 공동개발 중인 두 번째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 레카네맙도 꼽힌다. 바이오젠의 자원을 '말 많고 탈 많은' 아두헬름 대신 레카네맙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레카네맙은 아두헬름에 비해 뇌에 부종을 일으키는 부작용(ARIA)이 적고,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에 대한 결합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젠은 다음달까지 레카네맙의 FDA 신속승인에 대한 순차심사(롤링 리뷰)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젠이 목표하는 레카네맙의 판매승인 시기는 내년 1분기다.

레카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85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을 마치고, 현재 임상 3상(Clarity AD)을 진행하고 있다. 레카네맙은 2상 연구에서 1차 지표였던 12개월 내 알츠하이머병 종합점수(ADCOMS) 변화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2차 지표였던 뇌 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량은 투약 용량에 따라 감소함이 확인됐다. 레카네맙의 효과에 대해서는 임상 3상에서 다시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