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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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모품(파츠) 관련주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올 들어 낙폭이 커진 대형 반도체주와 차별화되는 흐름이다. 반도체 공정이 고도화되면서 소모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반도체 파츠 업체들은 앞다퉈 증설 경쟁에 나섰다.

◆급증하는 반도체 공정 소모품 수요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익QnC는 지난달 이후 한달여간 약 27%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하나머티리얼즈는 13%, 티씨케이는 11.08%, 월덱스는 11.5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2.62%, 3.8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큰 상승폭이다.

약세장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와 차별화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반도체 공정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소모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반도체를 깎아내는 플라즈마의 강도는 높아진다. 강한 플라즈마에 노출되는 부품 수명은 과거보다 더 빨리 줄어든다.

반도체 공정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포커스링 교체주기는 2017년 평균 30일에서 지난해 12~15일로 단축됐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D 낸드 반도체의 공정 방식이 변화하면서 플라즈마 강도가 세지고 있다"며 "D램 공정 역시 18~19nm(나노미터)에서 17~18nm로 미세화되는 추세로 변화하면서 공정 단계가 20%가량 늘어나 소모품 교체주기도 빨라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쟁적으로 증설 나선 파츠 기업

파츠 업체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월덱스(333억원 규모)를 시작으로 지난달 하나머티리얼즈(1000억원), 원익QnC(595억원), 티씨케이(343억원), 아이원스(203억원) 등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증설을 발표하는 기업은 투자 1순위”라며 “경영진은 구조적으로 수요가 늘어난다는 판단이 서야 대규모 자본투자를 동반한 증설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수요를 업은 반도체 파츠 업체들은 올해 저마다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웨이퍼를 감싸는 링이 주력 제품인 하나머티리얼즈는 올해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약 32% 늘어난 수치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1~3위 식각장비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있는데다 올해부터 미국 고객사 매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사 대비 매출 증가율도 높다”고 말했다.

티씨케이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도 전년 대비 약 19% 증가한 1230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식각장비에 적용되는 소모품인 쿼츠(석영) 생산 업체인 원익QnC는 올 1분기 전년 대비 70.6% 늘어난 영업이익(340억원)을 기록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