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인수위가 부동산과 관련해서 뭘 한 건지 모르겠네요"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인수위가 한달여 동안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부동산 시장 전문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 새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했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선거 공약이 얼마나 구체화할지를 두고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실망감이 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인수위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부동산 정책을 바로 잡겠습니다'라는 약속 아래 △주택공급 확대, 시장기능 회복을 통한 주거 안정 실현(국토부) △안정적 주거를 위한 부동산 세제 정상화(기재부) △대출 규제 정상화 등 주택금융제도 개선(금융위) △촘촘하고 든든한 주거복지 지원(국토부) 등 4가지 방안을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게 없었습니다. 선거 공약의 내용을 표현만 바꾸어 정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인수위가 공약을 구체화하고 실천 방안을 발표하면 시장이 자극받을 수 있어 몸을 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확실하게 이야기할 건 하고 아직 논의가 필요한 건 좀 천천히 발표해도 된다"면서도 "어제 발표는 맹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인수위가 활동한 기간 내내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 촉진 특별법이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이 언급될 때마다 관련 시장이 들썩여 규제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시장에 지나친 기대감을 주는 것을 경계해야 하지만 정부 정책을 너무 두리뭉실하게 요약하는 건 인수위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시작만 요란하고 변죽만 울렸다는 얘기입니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님은 "250만 가구 공급계획이라도 좀 구체적으로 발표됐다면 그나마 인수위가 공약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했다고 평가했을 것"이라며 "인수위가 뭘 검토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수위는 부동산 공약의 주요 내용을 재점검하는 게 우선 역할입니다. 관련해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공약을 수정하거나 폐지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공약을 점검한 뒤 추진 방향과 일정 등을 구체화하는 로드맵을 선보여야 합니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정책 실현 과정에 일부 혼란이 생길 수 있어도 정부가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과정이 당연히 필요하고요. 또 다른 전문가는 "아직 정권이 바뀌지도 않았는데 가격이 오르면 (새 정부와 인수위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며 "규제 완화라는 정책 방향을 정밀하게 결정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