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읽다 잠드는 어른들…신간 발행 4년 새 25%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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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줄어도 잘 팔리는 아동책
2017년 6698종→작년 8329종
"그림책으로 힐링하는 2030 늘어
독자층 노인·외국인으로 확대"
2017년 6698종→작년 8329종
"그림책으로 힐링하는 2030 늘어
독자층 노인·외국인으로 확대"
국내 아동·청소년(0~17세)은 2017년 848만 명에서 지난해 748만 명으로 4년 동안 100만 명(11.8%)이나 감소했다.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쓸 사람이 줄어드니 관련 산업이 버틸 재간이 없다. 먹거리, 입을거리를 포함한 거의 모든 아동·청소년 관련 시장은 죄다 쪼그라들었다. 아동문학만 빼고.
4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아동책 신간 발행 수는 8329종으로 2017년(6698종)보다 24.3% 증가했다. 출판사들이 아동서적을 많이 낸 건 그만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보문고의 아동책 판매량은 2020년보다 11.0% 증가했다.
읽을 사람이 줄어드는데도 아동서적 판매량이 늘어나는 비밀의 열쇠는 어른에 있다. 동화책과 그림책을 읽으며 ‘힐링’하는 20~30대가 늘어난 게 아동서적 판매 증가의 이유란 얘기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는 “현대인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활자와 영상을 접한다”며 “자극적인 매체에 질린 어른들이 종이의 여백, 생각할 공간이 많은 그림책을 찾는다”고 했다.
출판계에선 1990년대생을 ‘아동서적 르네상스’를 이끈 일등공신으로 꼽는다. 국내에 그림책이 본격적으로 선보이던 시기에 태어난 이들 중 상당수가 어른이 된 뒤에도 그림책을 찾는 것으로 출판계는 파악하고 있다. 대표적인 책이 말더듬이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다. 지난해 초 출간 이후 1년째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책에는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는 어른들의 후기가 여럿 달려 있다.
어른용 동화책이 인기를 끌자 지난해 말에는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이라는 책마저 나왔다. 서울 금호동에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방’을 표어로 삼는 서점(카모메그림책방)이 생겼을 정도다.
아동서적 르네상스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김서정 문학평론가(동화작가)는 “해외에서도 그림책 독자층이 넓어지고 있다”며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질수록 정서적 위로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가 그림책 《잃어버린 영혼》을 낸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노인이나 외국인에게 그림책은 ‘친절한 책’이다. 글보다는 그림이 많고, 글자도 크다. 김 평론가는 “노인들이 새로운 그림책 독자로 주목받고 있다”며 “손주들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그림책에 입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른 문화권에서 받아들이기에는 글이 많은 책보다 그림책이 유리하다”며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에게 그림책은 진입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도서저작권 수출 계약 중 절반 이상이 아동 분야 책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4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아동책 신간 발행 수는 8329종으로 2017년(6698종)보다 24.3% 증가했다. 출판사들이 아동서적을 많이 낸 건 그만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보문고의 아동책 판매량은 2020년보다 11.0% 증가했다.
읽을 사람이 줄어드는데도 아동서적 판매량이 늘어나는 비밀의 열쇠는 어른에 있다. 동화책과 그림책을 읽으며 ‘힐링’하는 20~30대가 늘어난 게 아동서적 판매 증가의 이유란 얘기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는 “현대인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활자와 영상을 접한다”며 “자극적인 매체에 질린 어른들이 종이의 여백, 생각할 공간이 많은 그림책을 찾는다”고 했다.
출판계에선 1990년대생을 ‘아동서적 르네상스’를 이끈 일등공신으로 꼽는다. 국내에 그림책이 본격적으로 선보이던 시기에 태어난 이들 중 상당수가 어른이 된 뒤에도 그림책을 찾는 것으로 출판계는 파악하고 있다. 대표적인 책이 말더듬이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다. 지난해 초 출간 이후 1년째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책에는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는 어른들의 후기가 여럿 달려 있다.
어른용 동화책이 인기를 끌자 지난해 말에는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이라는 책마저 나왔다. 서울 금호동에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방’을 표어로 삼는 서점(카모메그림책방)이 생겼을 정도다.
아동서적 르네상스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김서정 문학평론가(동화작가)는 “해외에서도 그림책 독자층이 넓어지고 있다”며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질수록 정서적 위로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가 그림책 《잃어버린 영혼》을 낸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노인이나 외국인에게 그림책은 ‘친절한 책’이다. 글보다는 그림이 많고, 글자도 크다. 김 평론가는 “노인들이 새로운 그림책 독자로 주목받고 있다”며 “손주들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그림책에 입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른 문화권에서 받아들이기에는 글이 많은 책보다 그림책이 유리하다”며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에게 그림책은 진입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도서저작권 수출 계약 중 절반 이상이 아동 분야 책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