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설적인 벤처투자가 존 도어(사진)가 스탠포드대에 11억달러(약 1조3930억원)을 기부했다. 기후변화 대처와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연구에 써 달라는 취지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어는 자신과 부인 앤의 명의로 11억 달러를 기부하며 “아내와 두 딸과 저녁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캘리포니아의 화재와 아프리카의 가뭄을 보며 부모로써 앉아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변화와 지속가능한 성장 분야는 과거 (급성장한) 컴퓨터 과학처럼 성장할 것”이라며 “기후 문제는 젊은이들이 인생을 바쳐 일하고 싶어하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도어의 기부금은 대학교 기부금으로서는 역대 두 번째로 액수가 크다. 가장 큰 액수는 2018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모교인 존스 홉킨스대에 낸 18억 달러다. 도어의 현재 자산은 113억달러(약 14조원)으로 추정된다.

스탠퍼드대는 도어의 기부금으로 올 가을 ‘스탠포드 도어스쿨’을 설립할 계획이다. 환경과 에너지 기술, 식량안보 등 관련 학과들을 모은 단과대다. 현재 교수진 90명에 더해 향후 10년간 60명 이상의 교수들을 초빙할 계획이다.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센터도 설립한다. 마크 테이서 라빈 스탠퍼드대 총장은 “도어스쿨은 세계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정책에 집중할지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어는 미국 벤처투자업계에서 전설적인 인물이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인텔 출신 벤처투자가로 1999년 구글이 신생회사일 때 투자해 성공에 도움을 줬다. 구글 외에도 아마존,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등 내노라 하는 IT기업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가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6년 기후변화를 다룬 영화 ‘불편한 진실’을 딸과 함께 보고 난 이후다. 당시 딸은 그에게 ‘기후 위기는 아버지 세대가 만든 문제니 아버지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해 『속도와 스케일: 기후위기를 지금 해결하기 위한 행동계획』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