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환매가 중단된 러시아 펀드 관련 수익자총회를 그만 열기로 했다. 어차피 러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주식 매도가 금지되어 있어 펀드 환매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계속 수익자총회를 여는 게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열었던 러시아펀드 수익자총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수익자총회를 열지 않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들 운용사들은 지난달 중순께 환매가 연기된 러시아펀드와 관련해 투자자의 의견을 묻는 수익자총회를 열었지만 자본시장법상 정해진 정족수(최초 수익자총회의 경우 발행된 수익증권 중 좌수의 4분의 1이상·연기 수익자총회는 8분의 1이상)를 채우지 못했다. 2주 뒤에 연 연기 수익자총회도 마찬가지였다.

자본시장법상 수익자총회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경우 요건이 성립될 때까지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연기 수익자총회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환매가 중단된 러시아펀드의 경우 수익자총회를 반복해서 열어봤자 환매를 연기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현재 러시아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업계는 금융당국에 연기 수익자총회와 관련된 질의를 했고, 금융당국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자본시장법 237조 2항 ‘환매에 관해 정한 사항의 실행이 불가능한 경우엔 계속해서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이번 사태에 해당된다고 해석을 내렸다.

운용업계는 러시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매가 정상화 되는 대로 투자자 환매요청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다 보고 러시아펀드 내 자산을 일부 상각하기도 했다. 러시아 대표지수 RTS는 1월 말 이후 현재까지 약 22% 떨어진 상태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