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의 재무 상태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부채비율은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순차입금도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두산에너빌리티 '부활 신호탄' 일감 13조원…2년치 먹거리 확보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34.2%로, 전년 동기(265.3%)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2003년(127.2%) 이후 1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도 1분기 기준 3조6477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530억원) 대비 48.3% 줄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자회사인 두산건설에 대한 무리한 지원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지난 10년간 두산중공업 등 두산 계열사들이 두산건설에 지원한 금액만 2조5000억원에 달한다. 결국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20년 6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을 긴급 지원받는 재무 약정을 체결하면서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두산그룹은 재무 약정 체결 이후 클럽모우CC(185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두산 모트롤BG(4530억원),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 등 알짜 사업을 잇달아 매각했다. 두산그룹이 매각한 계열사 자산만 3조1000억원에 달한다. 두산에너빌리티도 2020년 12월과 올 2월 각각 1조3000억원과 1조1500억원의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자금 확보에 힘썼다.

때마침 개선된 실적도 유동성에 보탬이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혹독한 구조조정과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지난해 64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것은 2013년(187억원) 이후 8년 만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 1분기엔 매출 3조713억원, 영업이익 1921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6% 감소했다.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다만 향후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올 1분기 말 수주 잔액은 13조5986억원에 달한다. 작년 매출 기준 2년5개월치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새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원전 공사 재개를 공식화하면서 투자한 4927억원을 돌려받는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맡은 두산에너빌리티는 2017년 2월 정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후 주기기 설비(4505억원)와 터빈 발전기(422억원) 부품 제작을 마쳤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하지 못해 투자비를 돌려받지 못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