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Fed의 보유 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도 다음달부터 시작한다. 41년 만의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Fed는 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50bp 올리기로 했다. 50bp 인상은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연 0.25~0.5%에서 연 0.75~1.0%가 됐다.

Fed는 또 다음달 1일부터 현재 8조9000억달러(약 1경1272조원) 규모인 대차대조표 규모 축소(양적긴축)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매달 미 국채 3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75억달러를 매각한다. 9월부터는 국채 600억달러, MBS 350달러로 규모를 늘린다.

Fed가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을 같이 시행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서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같은 달보다 8.5% 급등했다.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미국 내 유동성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20년 2월에 비해 43%가량 늘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이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에 대해 “우리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향후 두 번의 회의에서 50bp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 번에 75bp를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자이언트스텝 배제 등의 소식에 이날 뉴욕증시는 환호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2.81%, 2.99%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3.19% 급등했다.

한국은행은 5일 “(Fed) 회의 결과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자이언트스텝 배제에 대해서는 “다소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