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BOE)이 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0%로 인상했다. 2009년 2월(연 1.0%) 이후 13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브라질, 인도, 호주도 기준금리를 올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맞춰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속속 긴축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BOE는 이날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BOE는 지난해 12월 이후 4회 연속 금리를 올리게 됐다.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성장세 둔화가 우려되지만 물가 문제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지난 3월 물가상승률은 7%에 달했다.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BOE는 올해 4분기에는 물가상승률이 1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OE가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영국 내에선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치솟는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하면 경기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 중앙은행(RBI)도 지난 4일 기준금리인 정책 레포금리를 연 4.0%에서 연 4.40%로 끌어올렸다. 인도가 금리를 올린 건 2018년 8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브라질 중앙은행 역시 같은날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1.75%에서 연 12.75%로 1.0%포인트 올렸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전날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호주의 금리 인상은 2010년 11월 이후 약 11년6개월 만이다.

각국이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호주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2001년 3월 4.7%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인도도 올 3월 물가상승률이 6.95%까지 치솟으면서 2020년 10월 이후 1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최근 28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