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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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5일(현지시간) 올 들어 '최악의 날'을 기록했다.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한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배제하며 안도랠리를 나타낸 지 불과 하루도 안돼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063.09포인트(3.12%) 하락한 32,997.97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2.79포인트(3.56%) 떨어진 4,147.21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647.16포인트(4.99%) 급락한 12,317.69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0년 11월30일 이후 17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한때 나스닥 지수는 장중 12,183.5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요인은 전날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됐던 파월 의장의 발언 때문이었다.

다음달 75bp(1bp=0.01%포인트)의 금리인상을 예상하던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75bp의 금리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대상이 아니다"는 발언에 일제히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나 전날 장이 끝난 뒤 시장에선 파월 의장의 발언을 잘못 해석했다는 지적이 확산했다. 당장 75bp의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을 뿐 인플레이션 상황을 감안한다면 Fed는 꾸준히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날 Fed는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종전 0.25~0.50%에서 0.75~1%로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의 최대폭 인상이자, 통상 인상폭(0.25%포인트)의 두 배에 달하는 '빅스텝' 행보다.

이미 예상했던 시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종료 이후 나온 파월 의장의 발언에 더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팬데믹 이후 첫 대면 기자회견에서 "시장에서 우려하는 0.75%포인트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시장은 파월의 발언을 예상보다 '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고 받아들였고, 그 결과 뉴욕증시는 반등했다.

이에 BNP파리바는 전날 시장 랠리에 대해 "파월 의장이 의도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라며 Fed가 시장에 다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칼라일그룹 공동 창업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물가 급등 등 경제적 불안 요소가 엄존하는 가운데 Fed도 50bp 수준에서 꾸준히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에게 "현실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결국 안도랠리를 보였던 뉴욕 증시는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종목별로는 금리에 민감한 대형 기술주의 폭락이 확인됐다.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플랫폼은 전장 대비 6.77% 하락 마감했다. 아마존(-7.56%), 마이크로소프트(-4.36%), 테슬라(-8.33%), 애플(-5.57%) 등 대표 기술주의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엔비디아는 7.33%, AMD는 5.58% 밀렸다. 세일즈포스는 7%이상 미끄러졌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