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 매물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새 정부가 일시적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를 중단키로 하면서 일부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고 있는 영향이다.

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6770건으로 대통령 선거가 있던 지난 3월 9일(5만131건)에 비해 13.24(6639건) 증가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공식화한 지난 3월 말(5만1537건)에 비해선 10.15%(5233건) 증가하면서 매물이 집중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실제 10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 조치가 시행된다. 2년 이상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이 기간 잔금을 치르거나 등기를 이전하면 최대 30%포인트의 중과세율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로 시장에 빠르게 매물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계속되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서울 내 지역별로 편차는 나타나고 있다.

강남·서초 등 핵심 지역보단 노·도·강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 매물이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 강남구는 대선 이후 매물이 8.54%(352건), 서초구는 7.69%(297건) 증가해 서울 평균을 밑돌았다. 이에 비해 강북구에선 매물이 19.78%(187건) 증가했고, 노원구과 도봉구 역시 각각 12.72%(509건), 15.06%(261건) 증가했다. 강남구과 서초구보다 최대 12.09%포인트 높은 데다 서울 평균도 웃도는 수준이다.

서울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그간 아파트 매도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일부 다주택자들이 새 정부의 양도세 중과 조치 면제 발표를 접한 뒤 매도를 결정하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많아 서울 핵심 지역보단 외곽 지역에 있는 집부터 정리하려는 다주택자들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매수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집 값 동향을 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과 가팔라진 금리 인상이 맞물린 영향이다. 실수요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섣불리 매수에 나서진 않는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노·도·강 지역은 3월 중순 이후 줄곧 보합이나 하향세를 띠고 있다. 강남구나 서초구는 지난 3월 말 이후 집중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영등포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될 부동산 규제 완화를 앞두고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이 있다"며 "결국 아파트 가격도 점차 핵심 지역과 외곽 지역으로 양극화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