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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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의혹과 '짤짤이 거짓말' 논란에 진상조사를 지시하자, 하루 1만 개에 이르는 비난 '문자폭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6일 박 위원장의 페이스북에는 온갖 욕설과 위협을 포함해 "사퇴하고 민주당에서 꺼져라" "최 의원에게 사과해라" "국민의힘 간첩" "민주당 표 떨어뜨리려고 작정했냐"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최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보좌진과 온라인 화상회의를 하던 중 동료 의원에게 성적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일명 '짤짤이 사건'은 최 의원의 사과문과 박 위원장의 '수용'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 의원이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소속 여성 보좌진입니다. 최 의원의 사과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박 위원장 태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최 의원님, 변함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라고 쓴 글을 공유하고 “고맙습니다”라고 덧붙이면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최 의원이 여전히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때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며 성폭력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큰 비판을 받았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거짓말과 강성 지지층의 '무조건적 감싸기'로 화를 키우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해자로 모는 박지현' 글 공유한 최강욱

박 위원장은 전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최 의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이후 하루 1만 개에 달하는 비난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고 토로하면서 “좋아한다고 잘못을 감싸는 이런 문화를 버리지 않으면 우리 민주당이 어떻게 쇄신할 수 있을까, 5년 뒤에 과연 집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쇄신과 변화에 앞서야 할 비대위원장으로서 최 의원 발언 제보를 받고 당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조사 지시를 한 것"이라며 "그 과정이 보도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전에 최 의원이 그럴 리 없다면서 저를 비난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또 "이렇게 쏟아지는 비난을 보면서 이전에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고통을 감히 짐작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고도 했다.
최강욱 '짤짤이' 논란, 공격은 박지현에게?…반성 없는 민주 [설기자의 국회 삐뚤게 보기]
앞서 최강욱 의원은 지난달 말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보좌진과 줌(Zoom)으로 화상 회의를 하던 중 다른 남성 의원의 화면이 켜지지 않자 "화면이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나오냐"면서 '성적 행위'를 하고 있느냐고 말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해당 회의에 참석한 보좌진들은 이를 민주당보좌진협의회에 제보했다. 최 의원 측은 언론에 사건이 공개되자 처음에는 "성희롱성 발언이 아닌 '짤짤이'라고 한 것"이라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최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심각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가벼운 농담에 불과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4일 결국 민주당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다음날 최 의원이 다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려 사건이 재점화했다. 최 의원의 성희롱 발언을 직접 들었다는 다수의 보좌진이 잇따라 성명을 통해 “분명 성희롱 발언이었다”고 입장을 내놨지만, 사실상 거짓말이 탄로난 상황에서도 그는 오히려 박 위원장을 비판하는 지지자 게시글을 공유하며 동조 의사를 표한 것이다.

강성 지지자들 "박지현 내려와라"

박 위원장은 최 의원이 사과문을 올린 이후 "보좌진들이 오해하거나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 최 의원이 성적 불쾌감을 일으키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사실임을 인정한 것으로 수용하겠다"고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당원 게시판과 SNS 댓글을 통해 박 위원장의 수용에 대해 오히려 "지방선거 앞두고 최 의원에 대해 내부총질이냐" "짤짤이가 뭐가 어때서 그러냐" "상황 판단을 못한다. 비대위원장에서 내려와라"는 막막을 쏟아내고 있다. 박 위원장이 최 의원에게 오히려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쳤다. 문제를 제기한 보좌진에 대해서도 "듣는 이의 평소 관심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등 2차 가해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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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이번 사건에 의견을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당 내부에선 회의 내용을 누가 흘렸냐며 '유출자 색출' 분위기까지 조성됐다는 전언이다.

다만 이원욱 의원이 5일 밤 페이스북에 “박 위원장을 옹호한다”며 “최 의원이 박 위원장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문장을 적어 스스로 사과의 격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해명은 사과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며 “사과 적기를 놓치면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처럼 국민의 심판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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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민주당 의원들…"생계형 정치 급급"

박 위원장은 앞서 자신의 SNS를 통해 최 의원의 사과를 존중한다고 밝히면서도 "우리는 세 광역단체장의 성범죄로 5년 만에 정권을 반납했던 뼈아픈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향해 발동했던 강성 지지층의 무조건적 감싸기, 온정주의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때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일컫는 등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비판을 받았다.

강성 지지자와 당 내부 분위기 때문에 의원들이 의견을 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대부분 박 위원장 말이 옳고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얘기를 입 밖에 꺼내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민심과 괴리가 있다고 느껴지면 국회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입법화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의원들이 봤을 때 겁을 내는 것 같았다"고 했다. 박 위원장이 발언하고 나면 개인적으로 지지한다고 연락해 말하는 의원은 있어도 자신이 직접 나서진 않는다는 얘기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의원들이 몸을 사리는 것 자체가 '생계형 정치'를 하기에 급급하다는 얘기"라며 "현재 민주당의 문제는 기성 정치인, 청년 정치인 할 것 없이 자기 목소리, 남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