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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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6일 "당분간 한국 금융·외환시장이 각종 대내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우려가 크다"며 "관계기관과 긴밀한 공조·대응 체계를 유지하면서 필요할 경우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장안정조치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날 오전 기재부 내 거시경제·금융 관련 부서와 국제금융센터가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기로 한 결정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개최됐다.

Fed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0.5%에서 0.75~1.0%로 0.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한 동시에 오는 6월부터는 보유자산까지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다. Fed의 보유자산 축소 규모는 다음달부터 8월까지는 매달 475억달러이고, 9월부터는 950억달러로 확대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향후 두 번의 회의에서 50bp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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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발표 이후 국제 금융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까지는 올리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에 지난 4일엔 뉴욕증시가 크게 올랐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2.81%, 2.99%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는 3.19%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반면 지난 5일엔 다우지수가 3.12% 떨어졌고, S&P500지수도 3.56%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99% 급락했다. 5일 나스닥지수 하락률은 2020년 이후 가장 컸다. Fed가 한 번에 75bp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더라도, 향후 50bp씩 두 번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긴축적이라는 해석이 시장에 퍼진 영향이다.

한국 정부는 Fed를 포함해 주요 선진국의 통화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과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역시 지난 5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2009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0%로 25bp 올렸다. 캐나다 역시 지난 4월 기준금리를 0.5%에서 1.0%로 50bp 올린 바 있다. 티프 맥클램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오는 6월에도 기준금리를 50bp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난달 밝히기도 했다.

이억원 차관은 "최근 글로벌 금융·외환시장의 동조성이 매우 높아짐에 따라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불가피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의 환율, 국채금리 등 주요 지표의 변동폭이 다른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게 이 차관의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말 대비 이달 4일까지 6.5% 올랐는데,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8.2% 올랐다는 것이다. 이 기간 국채 10년물 금리 역시 미국의 경우 142.4bp 오른 반면 한국은 118.4bp 상승했다.

이억원 차관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확대되는 가운데에서도 한국은 역대 최고수준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부 충격 대응에 충분한 수준의 외환보유액(4월 말 기준 4493억달러)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금융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리스크 요인에 선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