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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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국가는 개별 주권의 총합이긴 하지만 일을 할 수 있는 손발과 머리가 없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조직이 없으면 국방 문제, 질서 문제, 복지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어떤 정부인가

정치철학자와 사상가들은 정부를 만들면서 개인의 권리와 정부 권력 간 관계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개인이 우선이냐, 국가가 우선이냐?” 하는 것이었죠.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같은 그리스 철학자들은 폴리스(polis), 즉 국가 우선주의를 주장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의 《정치학》, 플라톤의 《국가론》이 보이는 공통점이죠. 정치는 공공선(public good)을 실현하는 공공 영역이기 때문에 개인들은 그것에 복종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주장을 근대적 민주주의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미국에서 벌어졌습니다. 미국 독립과 미국이 만든 최초의 성문헌법이 그 증거입니다. 미국 민주주의와 헌법은 이후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표준이 되었고, 거의 모든 지구촌 국가는 비록 선언적 의미에 그칠지라도 개인을 국가에 우선시합니다. 가장 먼저 나타난 건 권력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 제임스 매디슨, 의회 권력의 독재를 우려한 알렉시스 드 토크빌,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걱정한 몽테스키외 등은 모두 국가 우선주의의 위험성을 경계했습니다. 정부와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죠. 국가를 앞세운 절대 권력의 부패는 자주 있었죠.

삼권분립과 권력제한

매디슨을 비롯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권력을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먼저 나눴습니다. 입법부에 법률제정권과 탄핵소추 및 심사권을, 사법부엔 법률심사권을, 행정부엔 법 집행권과 거부권 등을 부여했죠. 나눈 것으로 모자라 서로 견제시켰습니다. 정치인과 정부는 언제나 권력을 탐하고 남용하는 속성이 있다고 본 것이죠. 《미국 민주주의》를 쓴 토크빌은 다수의 의견이면 무엇이든 법으로 만드는 입법부의 폐해를 특히 걱정했습니다. 입법부의 과도한 열정을 헌법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헌법주의는 이후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정부가 가진 최대 문제점은 그것을 구성하는 공무원들이 타락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언제나 자신을 위해 규제를 늘리고, 한번 늘린 규제를 없애려 하지 않습니다. 공무원들도 공공선보다 자기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죠. 제임스 뷰캐넌 같은 학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이익단체와 특정 집단에 포획돼 정부를 저질화한다고 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부패하고,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이 침해되고, 세금이 허투루 쓰인다는 겁니다. 지구촌 정부들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가 정부 부문의 비대화 해소입니다. 이런 문제를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공공선택론입니다.

국민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 개혁을 약속하지만 현상은 정반대로 나타나기 일쑤입니다. 다수표를 얻어야 정권을 잡고 정부를 구성할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인기영합적 공약에 올인하려 합니다. 권력을 잡아야 할 인센티브가 너무 큰 거죠. 최근 이런 기류는 일상적입니다. 선거는 누가 공짜 돈을 더 주는 공약을 내거느냐에 달린 듯합니다.

‘한 나라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타락한 정부가 들어선다는 말은 타락한 국민이 있기 때문이고, 스마트한 정부가 들어선다는 것은 스마트한 국민이 있다는 뜻입니다. 기본소득 정책에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 스위스와 모든 것을 공짜로 주기를 바라는 베네수엘라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우리 정부와 우리는 어디쯤 위치할까요?

대한민국에서도 건국 이후 많은 정부가 오갔습니다. 지난 정부들은 모두 좋은 정부였는지를 묻게 되는 요즘입니다. 우리는 납세자로서, 유권자로서, 주권자로서 정부를 철저히 감시해야 할 의무를 가졌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포인트

1.정체(政體)의 종류와 그에 따른 정부 형태의 차이점을 비교해보자.

2.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국가관을 정리해보자.

3.‘한 나라는 그 국민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말의 의미를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