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맞붙은 '모차르트軍'과 '바그너軍' [여기는 논설실]
“‘어둠의 계곡’ 뒤에는 늘 잔혹하기 짝이 없는 그들이 있다.”

‘푸틴의 그림자 부대’로 알려진 ‘바그너 그룹’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정보총국(GRU) 특수여단 출신의 드미트리 우트킨이 2014년 설립한 준군사단체다. 바그너는 우트킨이 GRU에서 활동할 때 사용한 암호명이다. 독일의 히틀러가 좋아한 음악가 바그너에서 따왔다고 한다.

바그너 그룹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강제병합하고 돈바스(도네츠크, 루한스크)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도울 때부터 암약하기 시작했다. 이후 시리아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말리 모잠비크 등 분쟁 지역마다 나타났다. 지난 8년간 4개 대륙 30개국에서 활동한 장면이 포착됐다.

바그너 그룹은 명목상 민간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이다. 하지만 러시아 GRU의 지휘 아래 움직이는 ‘푸틴의 용병 부대’다. 용병이나 경호업무 외에 천연자원 개발권 획득, 러시아를 위한 허위 정보 제작까지 도맡는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의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다. 돈바스 지역에도 1000명 이상 투입됐다.

이에 맞서 최근 결성된 조직이 ‘모차르트 그룹’이다.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모차르트 그룹을 만든 사람은 미 해병대 예비역 대령 앤드루 밀번이다. 그는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미군이 만든 특수작전 태스크포스의 첫 지휘관이었다.

그는 푸틴의 용병조직 ‘바그너 그룹’에 대항한다는 의미에서 조직 이름을 ‘모차르트 그룹’이라고 지었다. 이 소식을 듣고 전직 미 특수작전부대 대원과 영국 참전용사 등이 모였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특수부대와 공군 조종사들에게 첨단 전술 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방탄복과 야간투시경, 드론 등 장비도 지원하고 있다. 직접 전투를 벌이는 건 아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더 잘 막아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모차르트 그룹은 미국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순수한 외부 기부금으로만 운영된다. 바그너 그룹이 아프리카 천연자원 채굴권 등 ‘검은돈’으로 운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만약 모차르트와 바그너가 자신들의 이름이 이렇게 쓰이는 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히틀러에 이어 러시아의 신(新)나치주의자들이 떠받드는 바그너는 더욱 난감해할 것 같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탈(脫)나치화’를 내세우면서 히틀러를 추종하는 용병 단체를 투입한 것도 모순이다. 하긴 폭력과 광기의 역사에 아이러니가 아닌 것은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