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경제회복 신호…하반기 경기 확장 속도 빠를 것"
美 빅테크 기업·전기차 관련 업종 주목해야
"최근과 같이 주가 지수가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은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입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대북 도발이나 이라크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때 금융 시장은 빠르게 제자리를 되찾았기 때문입니다."홍성배 NH투자증권 이촌동WM센터 PB 팀장은 연초부터 힘을 못 쓰고 있는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현재 주식시장은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긴축 예고에 금리가 치솟으며 시장에 큰 충격을 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긴장감에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최근 Fed는 3∼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에서 0.75∼1.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0.5%포인트 인상 결정은 2000년 5월 회의(6.0%→6.5%) 이후 약 22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대해 홍 팀장은 '금리인상은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주지만 결국 긍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정장, 저가매수 기회…빅테크·전기차 유망"
홍 팀장은 "과거 1950년대 이후 총 12차례의 금리인상이 있었는데 당시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은 11차례 상승했고 연평균 수익률은 9%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팽배해 선제적으로 Fed에서 긴축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지만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역사적으로도 그래왔던 것처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이러한 우려보다 오히려 경기 확장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그는 "실적 가시성이 높은 빅테크 기업이나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유망해 보인다"며 "개별기업으로 접근하게 되면 가격 변동성이 높아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스닥 대표기업 100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홍 팀장이 근무하는 동부이촌동은 서울에서 전통적인 부촌에 속한다. 주거 지역인 만큼 지역 기반 고객이 많은 편이고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연령층도 높은 편이다. 투자스타일 역시 대체로 보수적이고 신중한 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적당한 수준의 위험과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선호한다.
그는 "고액 자산가들은 수익률 하방이 막혀있는 헷지형 사모 상품이나 달러 포지션까지 활용할 수 있는 사모 상품, 폐쇄형 공모주 펀드 등에 관심이 많다"며 "특히 해외주식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달러 확보 측면에서도 활용될 수 있어 관심이 높다"고 조언했다. 다만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투자 비중은 일반적으로 중위험·중수익 상품보다는 낮게 가져가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높다. 실제로 홍 팀장은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 중 한 명이 주당 가격이 6억원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 4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홍 팀장은 "해당 주식은 워낙 비싸기 때문에 개인 수급이 잘 안 들어온다"며 "고액 자산가 입장에서는 개인 손을 안 타고 시장에 덜 휘둘린다는 점 때문에 환율이 떨어졌을 때 사두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모르는 분야 투자 말고 철저한 분석 통해 투자하라"
홍 팀장은 2008년 입사 후 지금까지 쭉 NH투자증권에서만 근무한 정통 'NH증권맨'이다. 입사 후 10여년간 해외 기업 및 중소형 주식 담당 분석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2020년부터 이촌동WM센터에서 PB(Private Banker)로 근무하고 있다.그는 농협금융지주와 계열사(농협은행, 농협생명, NH투자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 등)에서 선발된 자산관리 전문가 집단인 'NH WM마스터즈' 자문위원 34인 중 한 명이다. 계열사간 전문가들이 대표로 선발되는데 NH투자증권 PB 중에서는 그를 포함해 단 3명만이 WM마스터즈에 이름을 올렸다.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인 셈이다. 홍 팀장은 애널리스트와 PB 업무가 생각보다 많이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장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PB로 전향했다"며 "애널리스트는 기업에 대한 분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기관이나 VVIP 고객을 컨설팅 하는 시간도 많아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홍 팀장 개인적으로는 2020년 초부터 전기차와 관련된 상품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매도하지 않고 급락할 때마다 꾸준히 추가 매수하며 장기 투자 중이다. 그는 "미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도 계속 끌고 가볼 생각이고 미국 기술주는 이미 자녀에게 증여도 했다"며 "잘한 선택인지 그렇지 않은 선택인지는 수년이 지난 후 투자 평가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잘 모르는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투자는 단 한번의 실패만으로도 상당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고 해당 상품에 대한 축적된 경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나 PB 모두 모든 분야에 능통할 순 없다"며 "아무리 공부하고 주변에 조언을 구한다 하더라도 해당 상품과 관련된 축적돼 있는 경험까지 숙지할 순 없다"고 했다. 이어 "잘 알고 지속적으로 관찰했던 분야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며 "리스크를 걸러내기 위한 최소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홍 팀장은 투자를 하다 보면 항상 이익이 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며 손실이 날 때 의사 결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량한 자산인가, 대체제가 있는 기업인가 아닌가, 회복 가능성이 있는가' 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원금을 더 먼저 생각한다"며 "원금 수준이 되면 매도 혹은 환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의사결정에 있어 이러한 생각은 오히려 판단에 방해가 된다"며 "원금은 생각하지 말고 철저한 분석을 통해 투자 의견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손실에 대처할 수 있는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자세"라고 설명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