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화학업계의 전통 라이벌 기업인 효성티앤씨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나란히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스판덱스를 앞세워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한 효성티앤씨는 올 1분기에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30% 이상 밑도는 ‘어닝 쇼크’를 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실적이 하락세로 반전했다. 코로나19 특수로 인한 ‘슈퍼 호황’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發 섬유 특수 끝났나…효성티앤씨·코오롱인더 '부진'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효성티앤씨는 올 1분기 매출 2조3408억원, 영업이익 1901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컨센서스(2900억~3000억원)를 30% 이상 크게 밑돌았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주요 도시의 봉쇄 조치로 수요가 둔화하면서 스판덱스 판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효성티앤씨는 요가복, 레깅스 등의 소재로 쓰이는 스판덱스 분야 글로벌 1위 업체다. 대표 브랜드는 크레오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3%에 달한다. 효성티앤씨는 작년부터 늘어난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해외 공장 증설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중국과 브라질, 인도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이 회사의 스판덱스 생산량은 연 14만t에서 20만t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중국 등 해외 경쟁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렸다는 데 있다. 섬유업계에 따르면 중국 주요 업체들의 올해 스판덱스 생산량 증가분은 30만t에 달한다. 수요 증가분(12만~15만t)을 두 배 이상 웃도는 물량이 시장에 풀린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2020년 말부터 치솟았던 중국 내 스판덱스 판가도 작년 말부터 하락하는 추세다.

주가도 지난해 7월부터 급격한 내리막을 타고 있다. 작년 7월 16일 사상 최고치인 주당 96만3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6일 39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사들은 효성티앤씨가 올 1분기에 ‘어닝 쇼크’를 낸 직후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 1분기 매출 1조2746억원, 영업이익 639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1조904억원) 대비 19.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1%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국제 유가 및 원재료비 급등, 지속된 물류비 상승 등 대외 환경 악화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주가도 힘을 쓰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주가는 작년 9월 24일 주당 11만45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 3월엔 5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장희구 사장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올초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올 1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6일 주가는 6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