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소식은 적잖이 실망스럽다. 국가 최고지도자를 꿈꾸던 정치인이 갑자기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에 출마를 결정한 배경을 이해하기 힘들다. 인천 계양을은 대부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유권자 14만여 명의 작은 선거구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 전 지사의 계양구 득표율은 윤석열 당선자보다 8.8%포인트 높았다. 어떤 투표 결과가 나와도 이 전 지사로선 ‘본전’ 이상이 힘들다. 오죽하면 ‘친명’ 조응천 의원이 이 전 지사의 계양을 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을까.

‘0선’이라 일단 원내에 진입한 뒤 보폭을 넓혀갈 생각이라면 같은 날 보궐선거를 치르는 ‘분당갑’ 선택이 자연스럽다. 이 전 지사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과 ‘4차 산업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한 판교를 포함하고 있어 상징성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분당갑 출마자인 김병관 전 의원도 이 전 지사에게 후보 자리 양보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명분 없는 이 전 지사의 결정은 결국 ‘방탄용 출마’라는 의구심만 증폭시킨다. 전격 출마를 결정한 어제 공교롭게도 그가 ‘국고 손실 피의자’로 수사받고 있다는 점이 공개됐다. 경기도 법인카드의 사적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그와 그의 부인을 피의자로 적시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내용이다. 저간의 사정을 종합해보면 민주당 내 저급한 ‘방탄 시나리오’가 작동 중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고집하고 나선 것부터 석연찮은 일이다. “지는 선거에 나서서 희생하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는 희한한 출마의 변을 밝힌 송 전 대표의 계양을 지역구를 이 전 지사가 무혈 접수한 꼴이다.

빠른 등판이 대권 재수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 전 지사가 더 잘 알 것이다. 김대중·문재인 대통령은 각각 31개월과 26개월의 휴지기와 성찰기를 거쳐 복귀한 뒤 대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반면 3개월 만에 복귀한 정동영 의원은 대선 후보가 되는 데도 실패했다.

궁색하기 짝이 없는 이 전 지사의 복귀 행보가 ‘검수완박 폭주’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의심도 만만찮다. 지역 유권자들을 볼모로 사적 이해를 도모하는 것은 비겁한 삼류 정치다. 다음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원한다면 국가 사법시스템의 검증을 떳떳하게 통과하는 정공법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