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에서도 선심성 입법 행태가 있었지만 집권 초 반짝하다 후반기 들어서는 삼가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집권 초 쏟아냈던 재정부담 관련 법안 발의 건수를 마지막 해 다시 확 끌어올렸다. 영아수당 신설, 아동수당 지급 대상 확대 등 누가 봐도 선거용이라는 게 뻔한 법안들이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나 국가 경쟁력 등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마땅히 재고했어야 할 입법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왜 그런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는 여전히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7.0%로,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채무 증가 속도와 세계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 양상 등을 감안할 때 전혀 안심할 일이 아니다. 연금충당부채 등 정부가 궁극적으로 책임져야 할 비확정 보증채무(1138조원)까지 합하면 국가부채 규모가 2196조원에 달하고, 그 비율이 이미 주요 20개국(G20) 수준에 올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국가부채는 먼 미래의 골칫덩이가 아니라 당장의 현안이다. 올해 당장 갚거나 차환 발행해야 할 부채가 56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고, 매년 늘어날 전망이다. 금리가 오름세인 데다 한국은 잠재성장률까지 급전직하다 보니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경고가 나오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나랏빚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핵심 현안이다. 새 정부는 ‘거시경제 안정과 대내외 리스크 관리 강화’라는 애매한 문구가 아니라 당장 예산 구조조정과 재정준칙 도입 및 연금 개혁 등 중단기적 대응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부채 상환 능력 제고 차원의 성장 전략, 즉 규제시스템 개선 및 성장산업 육성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