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한 구체 일정 협의중"…윤당선인 만나 시진핑 메시지 전달 가능성
中 왕치산 부주석, '시진핑 특사'로 韓대통령 취임식 참석(종합)
오는 10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왕치산(74) 국가부주석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응해 시진핑 주석의 특별 대표인 왕치산 부주석이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해 취임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중국 헌법상 국가 부주석은 주석의 위탁을 받아 주석 직권의 일부를 대행할 수 있게 돼 있다.

자오 대변인은 "이번 방문의 구체적인 계획은 양측이 현재 협의중에 있다"고 전했다.

왕 부주석이 시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하는 만큼 윤석열 당선인을 예방하면서 시 주석의 구두 메시지나 친서 등을 전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자오 대변인은 왕 부주석을 파견하기로 한 결정의 배경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중한은 영원한 근린이자 중요한 협력 동반자"라며 "우리는 우호적인 이웃인 한국의 각 사업이 왕성하게 발전하길 축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한 우호 협력이 끊임없이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길 희망하며, 양국의 공동 노력 하에 중한관계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끊임없이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왕 부주석의 직책상 서열은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시 주석 포함 7명) 바로 다음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류옌둥 당시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교육·문화·과학 담당 국무위원,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탕자쉬안 당시 외무담당 국무위원보다 급이 높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계기에 방한한 한정 부총리 겸 정치국 상무위원보다는 한 단계 낮은 셈이나 존재감은 한 부총리 못지않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는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활동한 시 주석 집권 1기(2012~2017) 때 감찰 기구인 당 중앙기율위 서기를 맡아 '호랑이 사냥'으로 불린 반부패 사정 작업을 주도했다.

시 주석이 집권 1기에 내치에서 가장 역점을 뒀던 사정 작업을 맡겼다는 점에서 왕 부주석에 대한 시 주석의 각별한 신뢰를 알 수 있다.

공산당 수뇌부의 암묵적 원칙인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상의 은퇴 연령에 도달한 2017년(당시 69세) 가을 제19차 당 대회 때 정치국 상무위원직에서 물러났으나 그 이듬해 국가부주석에 임명되며 시 주석의 특별한 신임을 재확인했다.

2019년 10월 나루히토 일왕 즉위 의식에 참석하는 등 국가부주석으로서 시 주석의 외교를 측면에서 지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 주석의 신임을 받아온 중량급 인사인 왕 부주석을 특사 자격으로 파견하는 것은 한중 관계 중시 기조를 보여줌과 동시에 윤 당선인에게 시 주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특히 새 정부 출범 11일 만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윤석열 정부 대외정책의 첫 단추가 끼워지기 전에 메시지를 전할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담은 메시지가 전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