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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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견뎌낼 수 있을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대해 제롬 파월 Fed의장이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믿지 않는 분위기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5월2~6일)는 전주보다 50.54포인트(1.87%) 내린 2644.51에 장을 끝냈다. Fed의 빅스텝이 결정된 후에도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지난 주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087억원, 8449억원 팔아치운 반면 개인 홀로 1조1941억원 사들였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지난 2일부터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2% 넘게 급락했다. 코스닥은 20.53포인트(2.26%) 하락하며 884.2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 코스닥시장에선 개인이 4143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15억원, 206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지난 주 뉴욕증시에서 주요지수는 요동쳤다. 최근 파월 의장의 자이언트 스텝 일축에 안도 랠리를 보였으나 다음날 곧바로 일제히 폭락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사실이 부각된 것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주보다 0.23% 내린 32,899.37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20%, 1.54% 하락했다.

이 기간 투자자들은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직후 발언에 주목했다. 앞서 미 Fed는 FOMC 정례회의에서 0.5%포인트의 금리 인상과 내달 양적 긴축 착수를 결정했다.

자이언트 스텝 일축?…파월 발언 믿지 않는 시장

증권가에선 당분간 불안심리를 이어가 코스피지수가 재차 2600선까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미 Fed가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파월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논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0.75%포인트 금리 인상인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럼에도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믿지 못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반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오는 6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확률은 5일(현지시간) 기준 85%에 달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 FOMC 이후 안도감은 하루 만에 종료됐다"며 "시장이 6월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심리적 변화와 경제지표 결과에 따른 급등락 과정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코스피지수도 다시 한번 2600선 초반에서 지지력 테스트를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CPI 주목, 인플레 정점 찍었나…불안한 장세 지속

시장은 오는 11일에 발표하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시하고 있다. 앞서 3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8.5% 상승,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1.2% 오르며 정점에 이르렀다. 증권가에선 피크아웃(정점 통과)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은 당분간 불안한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지수가 2630~275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발표될 4월 CPI에서 유의미한 물가 상승 둔화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Fed가 실제로 긴축 강도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된다는 뚜렷한 신호가 필요한데, 이번 4월 물가지표에서 유의미한 물가상승 둔화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등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는 점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 연구원은 "대러 제재 방안으로 에너지 가격 또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물가 및 긴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혔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지수는 향후 2~3개월 간 물가 안정을 확인하며 단계적으로 상단을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