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중소형 로펌들이 중대재해사건 수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손을 잡고 있다. 각자의 장점은 살리면서 대응 역량도 키워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평산, 화인, 청림, 삼우 등 4개 로펌은 지난 3월 SG(Safety Guardians) 컨소시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검찰의 기업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각 법무법인에서 산업재해 사건을 많이 처리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함께했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과 전주지검장을 역임한 윤웅걸 평산 대표변호사,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오인서 화인 대표변호사, 울산지검 공안부장과 차장검사 출신인 최성남 청림 대표변호사, 창원지검 마산지청 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한 이정훈 삼우 대표변호사 등이 주축을 이룬다. 또 한국안전문화진흥원과도 손잡아 안전진단 전문가들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들이 하나로 뭉친 건 효과적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현장 분석, 수사기관 대응 등 여러 전문가가 단시간 내에 투입돼야 한다. 다양한 법리를 다방면으로 살펴봐야 하는 법률자문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소로펌은 인력 부족으로 동시에 신속한 지원이 어렵지만, 여러 로펌이 함께 대응하면 이와 같은 한계를 보완하는 게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이태승 평산 변호사는 “중소기업들도 체계적인 중대재해 대응이 필요하다”며 “비용적으로 대형 로펌을 찾기 어려운 업체에 이에 준하는 전문성 있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컨소시엄은 △현장분석팀 △고용노동부·특별사법경찰관 대응 △검경 대응 △법률지원 등으로 팀을 구성했다. 변호사들을 로펌별이 아닌 각자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배치해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전문성을 바탕으로 SG컨소시엄은 최근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살균장치 설치가 중대시민재해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자문을 했다. 이용자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지 않아 사고가 났더라도, 손잡이의 청결도 등을 문제로 삼으면 중대시민재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손잡이 살균장치 설치 등이 사업주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로펌과 노무법인이 손을 잡은 사례도 있다. 법무법인 동인은 최근 노무법인 태광과 업무협약을 맺고 중대재해법 대응에 나섰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