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야간 착륙' 불허
백신 접종자 세차례 PCR 검사
"과도한 방역에 한국 출입국 꺼려"
대한항공 여객 공급력 11→46위
코로나 이전의 10% 불과
◆“커퓨 해제가 가장 큰 관건”
8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 수는 64만 명가량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3월 41만 명에 비해 늘어나긴 했지만 그 증가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568만여 명)이나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626만여 명)과 비교하면 한참 적은 수치다. 반면 미국과 유럽 공항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중동지역 공항 여객 수도 종전의 70% 수준까지 올라왔다. 3월 인천공항 이용 여객 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114만여 명), 영국 히스로공항(419만여 명), 미국 애틀랜타공항(651만여 명) 등 세계 주요 허브 공항의 3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업계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방역 규제가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우선 2020년 4월부터 인천공항 도착 여객기를 상대로 적용된 커퓨가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커퓨는 김포공항 등 공항 인근 주민들이 밤새 소음에 시달리는 것을 막기 위해 생겨난 제도다. 인천공항은 24시간 착륙할 수 있었지만 방역 관리를 위해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비행기 이륙만 허용하고 착륙은 불허했다. 당연히 이 시간대에는 탑승객이 국내에 입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기준 커퓨 시간대 인천공항에 도착한 항공편은 전체의 23% 수준이었다. 많을 때는 전체 항공편의 40%까지 이 시간대에 도착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띄우는 괌·사이판 등 주요 노선은 대부분 커퓨 시간대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나도 비행편 운영 시간 제한으로 인해 실제 항공권 구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달 정례브리핑에서 “커퓨 해제가 (공항 정상화에) 가장 큰 관건”이라고 밝힌 배경이다.
◆3인 가족 PCR 검사비만 100만원
과도한 방역 규제가 계속될 경우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간 인천공항은 중간수속 절차가 없다는 환승 강점을 내세우며 동북아시아 ‘1등 공항’ 자리를 지켜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인천공항을 이용한 연간 환승객 수는 839만 명에 달했다. 커퓨 등의 제한이 있으면 특히 동남아에서 북미로 이동하는 핵심 환승객들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여기에 해외 여행객이 받아야 하는 PCR 검사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사전 PCR, 1일차 PCR, 6~7일 신속항원검사(RAT) 등 세 차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인도네시아, 호주, 캐나다 등은 해외 입국자에게 PCR 검사나 자가격리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여행객의 비용 부담도 만만찮다. 3인 가족이 스위스로 여행을 갈 경우 검사비만 100만원 넘게 들어간다.
항공업계에서는 “구시대적 방식으로 관련 산업이 초토화되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실제 대한항공의 국제선 여객 공급력은 2019년 4월의 1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세계 순위도 2019년 11위에서 지난 4월에는 46위로 주저앉았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3일 “인천공항의 경우 해외 입국자들이 제출한 방역 서류를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로 야간에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도 못하게 한다”며 “과도한 방역 규제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는 것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정책 완화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한국으로 향하는 모든 여행객에게 PCR 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에 따라 항공기 편수를 먼저 늘리고 그다음에 커퓨 시간대를 축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정민/강경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