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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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중문화계의 첫 월드스타인 배우 강수연 씨가 만 55세로 지난 7일 별세했다.

그는 5일 통증을 호소하다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뇌출혈 진단을 받고 치료해 왔으나 의식을 찾지 못했다. 고인은 9년 만의 연기 복귀작인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공상과학(SF) 영화 ‘정이’의 촬영을 지난 1월 끝내고 쉬던 중이었다.

그는 3세 때인 1969년 데뷔해 50년 넘게 연기 활동을 하며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동아시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989년에는 임 감독의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처음으로 ‘월드 스타’라는 호칭을 얻었다. 영화 행정가로도 활동해 2015~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영화계 인사들은 깊은 애도를 표했다. 1985년 영화 ‘고래사냥2’를 함께 작업한 배창호 감독은 “힘든 촬영에도 매사 적극적이고 즐겁게 일한 기억이 난다”며 “자기 표현력이 충분한 연기자였고, 강수연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블랙잭’(1996)을 같이 찍은 정지영 감독은 고교생 때 처음 만난 고인의 당찬 모습을 떠올렸다. 정 감독은 “다들 어려워하는 감독 앞에서도 자기 할 말을 똑똑히 다 해서 ‘역시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한국 영화의 귀중한 자산이었는데 너무 일찍 가 속상하다”고 말했다.

고인은 여장부였다. 불의를 참지 않는 모습 덕에 ‘깡수연’이란 애칭도 얻었다. 과거 한 영화 제작자가 나쁜 의도로 그를 호텔로 불렀을 때 주저 없이 뺨을 때린 일화는 유명하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에 나오는 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고인이 자주 하던 말을 그대로 쓴 것이었다. 한편으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 여자, 그 남자’(1993)를 찍은 김의석 감독은 “겨울에 촬영이 끝나고 나면 모든 스태프에게 장갑을 하나씩 선물하고 식사비도 보태줬다”며 “영화를 떠나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에는 연상호·봉준호 감독, 문소리·예지원·박정자 배우 등 영화계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과 각별하던 임 감독은 배우자 채령 씨의 부축을 받으며 7일 빈소를 찾았다. 채씨는 “(남편이) 너무 충격을 받아 말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례절차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열린다. 장례위원회는 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결식을 생중계하기로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