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전기요금 결정권을 전기위원회에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획재정부와의 사전협의, 산업통상자원부의 사후승인 절차를 폐지해 전기위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 시 전기위가 정치적·정무적 고려에서 벗어나 전기요금을 올리기가 지금보다 쉬워진다.

8일 복수의 경제부처 관계자에 따르면 새 정부는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전기위의 ‘고유 권한’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인상하거나 인하하기 위해선 전기위의 심의를 거쳐 산업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재부 장관과도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물가 안정이나 국민 부담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 정부는 전기위가 전기요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산업부 장관의 전기요금 승인 권한을 전기위에 넘기고, 기재부와의 전기요금 사전협의 절차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기위의 조직과 인력도 보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부처 간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기사업법과 물가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한국전력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발전용 연료 가격 급등에도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해 지난해 5조86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는 영업적자가 20조~3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증권가에선 예상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윤석열 정부에선 전기요금과 관련해 ‘원가주의 원칙’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발전 연료비가 오를 경우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국민들의 반발이 크다는 점은 변수다. 게다가 최근 물가가 급등하는 만큼 새 정부도 출범 후 한동안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물가 당국인 기재부도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사전협의 절차를 폐지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을 통해 전기위 권한을 강화하더라도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 입김을 완전히 차단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전기위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되며 전기요금 결정은 재적위원 과반(5인 이상) 찬성으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 의견을 100%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위 상임위원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 겸하는 자리다. 또 전기위는 전기요금 결정과 관련해 자문위원을 두는데, 기재부와 산업부는 자문위원들을 통해 정부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