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규가 8일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9번홀에서 비어 있는 ‘옆 그린'을 밟고 칩샷을 하고 있다.  대회조직위 제공
조민규가 8일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9번홀에서 비어 있는 ‘옆 그린'을 밟고 칩샷을 하고 있다. 대회조직위 제공
제41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승부처에서 우승자를 가린 건 다름 아닌 ‘투 그린’이다. 국내 골프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한 홀에 그린이 2개가 있는 형태를 말한다.

8일 경기 성남의 남서울C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조민규(34)는 우승 경쟁을 하다가 9번홀(파5)에서 2벌타를 받았다. 이 홀에서 세 번째 샷이 사용하지 않는 그린 주변에 떨어졌는데, 샷을 할 때 발 일부분이 그린에 걸쳐 있었다. 조민규는 모르고 경기를 하다가 11번홀(파3)에서 벌타 사실을 알게 됐다.

2019년 개정된 골프규칙(13.1F)에는 ‘플레이어와 볼 모두 잘못된 그린에 있으면 반드시 구제받아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전에는 공만 빼놓고 치면 됐으나, 새 규칙에선 두 발 모두 완전히 그린과 분리돼야 한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왕립골프협회(R&A)가 규정한 골프 규칙에서 ‘잘못된 그린’은 ‘다른 홀 그린’을 뜻한다. 예를 들어 11번홀에서 친 공이 옆에 있는 13번홀 그린으로 떨어졌을 때 적용하라는 뜻이다. 미국, 영국 등 서양에선 한 개의 큰 그린에 홀을 두 개 뚫는 ‘더블 그린’은 있어도 한국식 ‘투 그린’은 익숙지 않다.

투 그린은 잔디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주로 일본과 한국 골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옛날에는 투 그린이 잔디를 관리하는 데 좋았지만 잔디 관리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며 “한 개의 그린만 있어도 투 그린 골프장보다 잘 관리하는 골프장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는 한국처럼 대회장에 투 그린이 있는 골프장이 많아 ‘스탠스가 그린에 걸려도 된다’는 로컬룰을 적용하는 대회가 일부 있다. 국내 투어와 일본 투어를 병행하는 조민규가 헷갈려할 수 있던 부분. 대한골프협회 측은 “조민규가 변경된 규칙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으나 왜 (발이 그린에 닿은 채) 샷을 했는 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때 공동 선두까지 올랐던 조민규는 이 홀에서 2벌타를 받아 더블보기를 적어냈고, 최종합계 7언더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컵은 김비오(32)가 들었다. 김비오는 이날 버디 1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오버파 72타를 쳤다. 나흘 합계 9언더파 275타를 쳐 정상에 올랐다.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거둔 이 대회 두 번째 우승이다. 지난해 11월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6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한 그는 투어 통산 7승째를 기록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