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전략공천 등 정치적 여건에 맞추기 위해, 또는 당선 그 자체를 위해서도 선거구를 옮길 수 있다. 국회의원은 대통령(5년 이상 국내 거주)이나 지방자치단체장(선거일 현재 계속해 60일 이상 해당 지자체 주민등록)과 달리 피선거권에 거주 요건 제한이 없다. 하지만 여기선 이 말, 저기선 저 말 하는 식으로 자신의 지역 및 정치적 연고를 합리화하려는 행태가 가관이다. 오는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특히 많이 쏟아진다.
송 후보의 오랜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선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전 경기지사)도 연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성남 사수가 이재명의 명분이라면, 계양 차출은 민주당의 명분”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성공시킨 경험으로 계양지구를 첨단 산업 중심지로 성공시키겠다”고 밀어달라고 했다.
성남 분당갑 보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이런 이 전 지사를 직격했다. “연고 있는 곳에 출마하는 것이 정치인의 상식이자 도리”라고 했다. 하지만 그도 서울 노원구에서 2선을 한 의원 출신이란 점에서 도긴개긴이다. 그는 “안랩 사옥을 지은 곳이 분당갑 지역”이라며 “허허벌판이 지금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됐고, 제가 그것에 일조했다”고 강조했다.
좀 더 시간을 돌려보면 대선에서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오버’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부산 출신 안 위원장 부인인 김미경 씨는 대선 때 “호남의 사위 안철수를 선택해달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당시 강원도에 가선 “강원의 외손”, 대구에 가선 “대구의 아들과 다름없다”고 했다. 초연결이 일상이 된 시대에 연고를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습기는 하다. 하지만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연고마저 합리화하는 세태가 거북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