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층 더블 집무실…그 사이 비서실·경호처·민관 합동위 '입주'
1층은 기자실로…동선 분리됐던 靑 춘추관과 차별화
[용산시대 개막] ① 공간 달라지는 대통령, 제왕적 꼬리표 뗄까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들의 일터였던 청와대를 떠나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옮기기로 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북악산 기슭의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가 자유 민주주의 원리에 역행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배경이 됐다고 보고 이 틀을 과감히 깨는 데에서부터 개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윤 당선인은 오는 10일 취임 당일 오후부터 국방부 청사 5층에 마련된 새 집무실에서 업무를 개시한다.

기존 청와대는 곧바로 일반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한다.

◇ 용산으로 간 까닭은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조직 구조도, 일하는 방식도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이전은 그 일환이었다.

특히 청와대 밖으로 나오기로 한 것은 일종의 '역사 청산' 성격이 짙었다고 윤 당선인 측 관계자들은 전했다.

문재인 정부 초반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대통령과 그 참모들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도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그랬던 것처럼 공약 발표 당시에는 '광화문 시대'를 염두에 뒀다.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 집무실을 두고 출퇴근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경호와 보안 취약점이 지적됐고, 결국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가 총대를 메고 용산 국방부 청사를 대안으로 밀어붙여 관철했다.

일부 반대 여론과 안보 공백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윤 당선인은 "단 하루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예비비 승인을 놓고, 문재인 청와대와 격한 신경전을 불사하면서까지 집무실 이전을 고수했다.

우여곡절 끝에 새 관저도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개조해 쓰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용산시대 개막] ① 공간 달라지는 대통령, 제왕적 꼬리표 뗄까
◇ 새 집무실 주변은 이렇게
윤 당선인은 국방부 청사 2층의 주 집무실과 5층의 보조 집무실을 오가며 일한다.

5층 집무실은 애초 2층 공사가 늦어지면서 취임 직후 임시로 사용하려고 마련한 공간이지만, 다음 달께 메인 집무실이 완공된 후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양쪽 집무실 모두 회의실과 접견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2층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사무실과 부속실, 경호처 관계자들이 쓰는 일부를 빼면 전부 대통령 업무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 회의 등이 2층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도 가능하다.

2층에는 최대 2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규모 시설도 마련된다.

외빈을 위한 환영 만찬을 여는 등 '간이 영빈관'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3층에는 비서실 중추를 이루는 '5수석' 대부분과 일부 비서관들이 입주한다.

대통령 집무실을 수시로 오르내리며 소통할 수 있도록 한 배치라고 한다.

나머지 4층부터 10층까지는 비서실, 경호처, 민관 합동위원회가 골고루 포진한다.

이동식 칸막이로 언제든지 공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같은 건물 지하 2·3층에는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설치됐다.

각종 재난이나 북한 도발 등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이미 시험 가동 중이다.

집무실 외곽에는 기존의 높은 담벼락을 철거하고 안이 들여다보이는 2.4m 높이의 울타리를 칠 계획이다.

미군기지 부지였던 주변 공터를 시민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누구나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친근한' 집무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용산시대 개막] ① 공간 달라지는 대통령, 제왕적 꼬리표 뗄까
◇ 달라지는 업무 스타일
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을 공약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들과 최고의 민간 인재들이 하나로 뒤섞여 일하는 곳으로 대통령실이 확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야별 민관 합동위원회를 통해 외국인을 포함한 민간 전문가에 문호를 개방하고, 국가적 의제를 발굴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책실을 없애는 대신 비서실장 직속 경제수석실과 사회수석실에는 국장급 공무원들을 비서관으로 들였다.

윤 당선인은 이들과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국정을 논하다 보면 제왕적 대통령제가 자연스럽게 해체되기 시작할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전용 엘리베이터도 따로 두지 않았다.

대통령이 참모들과 자주 마주치며 대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TF 관계자는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측근들에게 "최고 지성들과 공부하고 도시락 시켜 먹으면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회의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아래층인 1층 전체는 기자실로 운영된다.

110여 석의 출입 기자석과 자유석, 기자회견장이 마련될 예정이다.

대통령 업무 공간과 완전히 분리돼 있던 기존 청와대 춘추관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윤 당선인이 임기 초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집무실로 매일 출퇴근할 예정인 만큼 실시간 동선도 사실상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