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최장 35년이던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40년으로 속속 늘리고 있다. 여기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50년 만기 초장기 주담대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만기가 늘어나면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른 대출 한도가 증액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주택구입 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실수요자라면 초장기 주담대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이 규제지역에서 9억원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은행 주담대(금리 연 4.2%·원리금 균등상환)를 신청한다고 가정해 보자. 만기를 30년으로 하면 DSR 40%, 담보인정비율(LTV) 40%가 적용돼 최대 3억4080만원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만기를 40년으로 늘린다면 대출 한도는 3억6000만원으로 증가한다. 현재 5대 은행 가운데 신한·하나·농협은행에서 40년 주담대를 내놨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도입되더라도 현재로서는 대출 한도가 3억6000만원으로 40년 주담대와 동일하다. DSR이 아닌 LTV 규제로 9억원 집의 대출 최대치가 3억6000만원(9억원×4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수위가 최근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에 대해 LTV를 최대 80%까지 풀어주겠다고 발표한 만큼 앞으로 대출 가능 총액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50년 주담대 DSR도 34.48%로 40년 주담대(37.19%)보다 낮다. 즉 2.71%포인트의 DSR 차이만큼 신용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커지는 셈이다.

은행에서 40~50년 주담대를 받기 전에 보금자리론이나 적격대출 등 정책금융상품 대상 요건에 충족하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기는 똑같이 최장 40년으로 긴데, 금리가 저렴하고 고정금리라는 장점이 있다. 이달 기준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의 금리는 모두 최대 연 4.4%다.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6%대인 것과 비교할 때 훨씬 낮다. 다만 보금자리론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는 8500만원 이하)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적격대출은 소득 기준은 없지만 무주택자나 1주택자(2년 이내 처분 조건)만 이용할 수 있다.

대출기간이 길어지면 매년 원리금 부담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총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가령 앞선 사례에서 30년 만기 주담대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2000만원, 40년 만기에선 1860만원이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140만원 줄지만 추가로 10년 동안 갚아나가야 한다.

이사하는 경우 등을 감안하면 40~50년 동안 주담대를 계속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처럼 주담대를 중도 상환해야 할 때 만기가 길수록 차주의 부담은 더 커진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상환기간이 늘어날수록 상환 초기 납입하는 월 상환액 가운데 원금보다 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예를 들어 7년 이후 중도 상환하면 30년 주담대보다 40년 주담대의 원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