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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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가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코로나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된 가운데 46.8% 기업은 ‘전사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한다’고 응답한 반면 ‘현재처럼 재택근무를 계속해서 유지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34.9%로 나타났습니다.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응답한 기업(18.2%)까지를 고려한다면 재택근무는 대세는 아니더라도 일반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역사적으로 '주택'과 '기업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주택시장은 기업과 가까이 존재하였고 그로 인해 기업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주택가격과 임대료는 높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업인구가 증가하고 정규직도 재택근무로 전환되면서 주택과 기업은 일견 분리되는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민인구의 증가와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에 따라 주택과 기업과의 관계가 혁명적으로 바뀐 이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다시 한번 이들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갑니다.

우리나라는 팬데믹 기간 동안 부동산시장의 변화는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작년 지역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밀도가 높은 도시는 지난 2년간 가장 불안정한 주택시장을 겪었습니다. 일부는 팬데믹 대유행에서 경제적으로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초기 예측했던 ‘도시의 죽음(death of cities)’은 과장된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아파트 공실률은 떨어지고 임대료는 오히려 급등하는 중입니다. 주택가격 뿐만 아니라 전국의 렌트비도 수개월 동안 계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세입자들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습니다.
재택근무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미국의 경우 펜데믹 기간동안 재택근무가 상대적으로 더 일반화되었지만 세대별로는 차이를 보입니다. 특이하게도 Z세대가 재택근무에 더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근무지 밖에서 제공하는 도시의 편의시설을 그리워합니다. 재택근무가 제공하는 주거의 유연성은 좋지만 교외로 이사하거나 대도시를 포기하는 것은 선택지에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파트먼트리스트(apartmentlist) 조사에 의하면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의 재택 근무자의 62%가 재택근무를 매우 바람직(extremely desirable)하다고 생각합니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이 응답 비중은 떨어지는데 Z세대(1997년 이후)는 유일하게 이 응답비중이 50% 이하인 36%에 그쳤습니다.

원격근무에 대한 Z세대의 회의론은 경력 초기 단계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학 생활마저 원격교육으로 위축된 이 시기의 근로자는 재택으로 경력을 시작하는 것이 직업의 사회적 측면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재택근무가 주택시장을 변화시킨다는 데는 큰 의견 일치가 없습니다. 특히 세대별로 이를 살펴보면 젊은 세대일수록 오히려 재택근무가 부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재택 근무자의 이동(계획)이 늘어났는데 이는 저렴한 주거비 시장으로의 이동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입니다. 왜냐하면 100% 재택근무자보다는 하이브리드(hybrid) 근무자가 더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더 젊은 세대일수록 재택근무를 상대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100% 재택근무는 아직은 요원하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구글은 직원들이 최소한 일주일에 약 3일 동안 사무실에서 출근해 근무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며 이미 글로벌 사무실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재택근무 프로세스에 가장 최적화되고 이를 선호할 것 같은 회사가 다시 대면 근무로 회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겁니다. 이는 재택근무의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방증입니다. 정부는 재택근무 도입, 확산을 위해 사업장 컨설팅을 무료로 지원하고 인프라 구축 비용도 지원한다고 합니다. 정부의 지원이 현실성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자에게도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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